버핏은 올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발송한 주주서한을 통해 “애플은 버크셔 헤서웨이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시현할 수 있었던 ‘4대 거인 중 하나”라고 표현했습니다. 버핏이 언급한 버크셔해서웨이의 4대 거인은 주력 자회사인 재보험회사 가이코, 애플,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산타페, BHE(버크셔해서웨이 에너지)입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ETF(상장지수펀드)를 제외하고 애플의 최대주주이기도 합니다. 지난 2016년 처음으로 애플을 투자하기 시작해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렸습니다. 현재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 포트폴리오 가운데 애플 비중은 47.6%를 차지합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애플 지분율은 현재 6%입니다. 1년 전 버크셔해서웨이의 애플 지분은 5.39%였는데 비중이 늘어난 것입니다. 추가적인 주식 매입이 없었음에도 지분이 늘어난 것입니다.
이는 애플의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후 소각 효과 때문입니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서 자사주 사들인 뒤 소각시킵니다. 사들인 자사주를 아예 없애버리면 기업 가치는 그대로인데 발행 주식 수 자체가 감소하기 때문에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지난해에만 102조원(약 855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했습니다. 애플은 애초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소극적인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업은 팀쿡 체제(전문경영인 체제) 이후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2020년 초 코로나19로 이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자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부양했습니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크게 내렸습니다. 이에 애플을 비롯한 여러 민간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해 자사주를 매입한 것입니다.
최근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가 크게 늘어난 것도 글로벌 기업의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자사주 매입과 배당성향 강화) 등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짧은 역사 탓인지 주주친화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집니다. 오히려 다수의 국내 기업들은 일반 주주 보다는 지배주주(오너 일가) 이익에 유리한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도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메리츠금융그룹입니다. 지난해 메리츠화재의 연간 자사주 취득금액은 총 260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어 ‘임원 주식 먹튀’ 오명을 받았던 카카오도 지난달 공시를 통해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자사주를 매입하고도 소각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즉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에는 다각적인 의도도 숨어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코로나19로 증시가 급락했을 당시 일부 오너 3~4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사주를 매입했습니다. GS그룹 오너일가 4세도 코로나 시기 주가가 하락하자 지주사인 GS의 자사주를 잇따라 매입했습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지난 2020년 2~3월 GS 주식 44만1110주(약 190억원)를, 허서홍 GS에너지 전무도 7만9100주를 장내매입했습니다. 이런 경우는 주주가치 환원 보다는 오너 경영권 강화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