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지난해와 달리진 상황 속에 표심이 갈릴 거란 일부 전망과 달리 올해도 압도적인 표 차이로 승리하면서 2년째 조카의난을 진압했다.
다만 박철완 전 상무 측이 파격적인 배당안을 제시하자 사측이 이에 대응해 예년보다 높은 수준의 배당안을 내놓았다는 점을 비춰볼 때, 박 전 상무의 존재는 금호석화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시그니처타워 동관 4층 대강당에서 제4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9시 개회 예정이었으나 검표 작업으로 1시간 30분여 넘게 지연되면서 10시 30분께 개회했다.
이날 상정된 안건 모두 사측이 제시한 안이 채택됐다. 이익배당 건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건 모두 사측 제안은 70%에 육박하는 높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반면 박 전 상무 측의 주주제안 찬성률은 20~30% 수준에 그치면서 보통결의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했다.
1호 안건으로 상정된 이익배당 건은 사측이 제시한 배당안이 통과됐다. 총 1705만5300주 중 1169만2829주의 찬성을 받아 찬성률 68.6%를 기록했다. 사측은 보통주 1주당 1만원, 우선주 1주당 1만50원을 제시했고, 박철완 전 상무 측은 주주제안을 통해 보통주 1주당 1만4900원, 우선주 1주당 1만4950원 현금배당안을 내놨다. 박 전 상무 측이 더욱 파격적인 배당안을 내놨음에도 31.9% 지지율로 주주들은 사측 제안에 힘을 실어줬다.
두 번째 의안으로 상정된 사외이사 선임 건도 사측이 추천한 인사들이 선임됐다. 주주 대부분은 사측이 추천한 박상수 경희대 명예교수와 박영우 에코맘 코리아 이사 선임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두 사람 모두 동일하게 71.0%의 찬성율을 기록했다.
박 전 상무가 추천한 이성용 전 신한DS 대표와 함상문 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는 29.6%, 29.0% 찬성률을 기록하면서 사외이사 선임이 무산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완패한 박 전 상무의 향후 행보는 아직 관측되지 않는다. 다만 올해도 주주제안을 통해 주주총회의 안건 상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있어서 향후 다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여지는 여전하다.
한편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는 이날 주총 인사말에서 “올해 회사의 경영 방침은 R.E.N.E.W로 각 알파벳은 핵심 사업 강화, 신규 사업 확장, 지속가능전략 고도화, 연구 개발 활동 강화, 디지털 솔루션을 활용한 업무 효율 가속화를 뜻한다”면서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이어 주주 친화적인 환원정책도 펼쳐나가겠다는 점도 시사했다. 그는 “지난 50년을 이어온 우리의 저력과 새로운 경영 방침을 바탕으로 회사의 성장이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