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업계 올해 주총 키워드는 경영 안정화를 위한 최고경영자 연임과 신사업 확장을 위한 ‘정관 변경’으로 요약된다. 글로벌 산업 전반에 걸친 대변혁 흐름 속에 기업의 경영 지속성을 확보하면서 변화에 적절히 대처해나가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부터 열리기 시작한 국내 주요 화학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대부분의 경영진들이 재선임됐다. 지난해 화학업계 호황에 따라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안정적인 사업 영위를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또 신사업 추진을 위한 정관 변경 또는 사업전략 발표도 이뤄졌다.
지난 21일 주주총회를 연 포스코케미칼은 민경준 사장과 김주현 기획지원본부장을 사내이사에 재선임했다. 양극재·음극재 등 이차전지 소재에 대한 시장성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사업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경영진 연임일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케미칼은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이차전지의 주요 원료인 리튬을 캐는 생산 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또 지난달에는 미국 완성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양극재 합작공장을 캐나다 퀘벡에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대적인 사업 및 투자를 앞둔 상황에 경영진 연임을 통해 안정적인 사업 확장과 성장에 초점을 두기 위한 차원이다.
또 LG화학도 신학철 부회장을 대표이사에 재선임했다. LG화학 2대 주주 국민연금이 LG에너지솔루션 쪼개기 상장으로 기업가치를 훼손, 주주권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를 들어 신 부회장의 재선임을 반대했지만 최대 주주인 (주)LG의 압도적 찬성에 연임이 결정됐다.
LG화학이 지난해 창사 이래 최고 영업실적을 달성한 성과가 인정됐고, 대내외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를 낸 신 부회장에게 다시 힘을 실어주기 위한 차원으로 관측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도 23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오는 29일에는 ㈜한화의 사내이사 선임도 앞둔 상태다. 사실상 오너 3세 경영의 본격화로 보이고, 차기 경영 체제가 구체화되면서 경영 안정화에도 초점이 맞춰지는 모습이다.
재선임과 함께 김 사장은 태양광 사업의 정상화와 더불어 첨단소재와 케미칼 부문 강화에도 나설 전망이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미국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REC실리콘 지분을 추가 인수해 최대 주주에 등극했다. 신속하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으로 태양광 제품의 원가경쟁력을 강화해 미국산 제품 수요 증가에도 적극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화학업계의 또 다른 주총 키워드는 ‘신사업’이다. 기업들은 정관 변경 또는 신사업 추진 전략 발표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 사업에 대한 투자 전략과 청사진을 내놨다.
롯데케미칼은 친환경 수소 사업 진입을 위해 24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의결했다. 지난해 7월 발표한 친환경 수소 성장 로드맵에 따라오는 2030년까지 청정수소 60만톤을 생산한다는 방침에 따른 행보다. △운송장비용 가스충전업 △초경량 복합재료 가스용기 제조 및 판매 사업 △신기술사업자 등에 대한 투자 및 기타 투자 관련 사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추가했다. 또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첨단소재사업 이영준 대표(부사장)를 사내이사에 재선임했다.
LG화학은 주총을 통해 △전지재료 △지속가능한 솔루션 △글로벌 신약 등 3대 미래사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강화하고, 기업가치 극대화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대적 변화 흐름에 앞서 철저한 실행으로 성장을 이루겠다면서 최근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의식한 듯 주주친화적 기업 경영 또한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화학업계 주총과 관련해 “최근 화학기업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편이었고, 안정적으로 기업 구조를 바꿔나가고 있는 시점에는 현 경영진을 연임하는 결정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며 “4차 산업 혁명 등 글로벌 산업이 대변화를 앞둔 상황에서 기업들은 진중한 경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SK그룹 화학계열사인 SK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8일과 31일 주주총회를 연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