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원료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했다.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정부가 국민 물가 안정화를 위해 막아선 까닭이다.
다만, 지난해 12월 말 정부가 먼저 발표한 기준연료비 상승분과 기후·환경비용 증가분은 그대로 반영돼 오는 4월부터는 kWh당 총 6.9원의 전기요금이 인상된다. kWh당 6.9원 인상되면 4인 가구 기준(307kWh) 전기요금 부담은 약 2120원이 늘어난난다.
한전은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33.8원/kWh으로 산정하고 소비자 보호장치에 따른 분기별 조정상한을 적용해 3.0원/kWh 인상안을 지난 16일 정부에 제출했다.
한전이 제출한 인상안은 2분기 실적연료비가 기준연료비 338.87원/kg 대비 72.6% 상승해 584.78원/kg으로 산정된 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 물가 안정화를 이유로 들어 한전에 연료비 조정단가 적용 유보 의견을 통보했다. 연료비 조정단가 최종 결정 권한을 지닌 정부가 연료비 인상에 제동을 걸면서 4월분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연료비 조정단가는 0원/kWh으로 확정됐다.
한전 관계자는 “국제 연료가격 상승 영향으로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요인이 발생했으나,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정부가 인상안 유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12월 기준연료비 상승분과 기후·환경비용 증가분을 반영해 발표한 조정안에 따라 4월 1일부터 전기요금에 6.9/kWh 인상분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연료비 조정단가 상승 요인이 뚜렷하게 나타났음에도 동결된 배경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4월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겠다”면서 “전기요금은 과학과 상식에 입각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대로 4월 전기요금 인상 계획 전면 백지화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정부가 추가 인상분을 동결하면서 윤 당선인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조정단가 유보 결정으로 한전의 적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전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5조860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전력 설립 이후 최대 규모 적자다. 또 올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인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1분기에도 지난해와 맞먹는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한전의 적자가 계속될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연료비 연동제라는 안전장치가 있는 만큼 연료비 상승 요인이 발생하면 이를 반영해 전기요금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