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 취득 후 취업 보장’...배터리업계, 인재 모시기 나선 까닭은

‘학위 취득 후 취업 보장’...배터리업계, 인재 모시기 나선 까닭은

배터리사, 국내 대학과 배터리 계약학과 개설 잇따라
전고체 배터리 등 기술 패권 경쟁 치열...통합형 맞춤 인재 부족
“현장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 양성” 차원

기사승인 2022-03-30 06:00:34
SK온 소속 연구원이 전기차 배터리용 셀을 들고 있다. SK온

미래 먹거리로 평가되는 이차전지 산업 분야 기업들이 대규모 인재 채용을 넘어 직접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국내 유수 대학과 함께 계약학과 개설을 통해 학비 지원은 물론 취업까지 보장하는 파격 조건을 내세우면서 우수인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들이 직접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한 가운데 우수한 인력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차전지 분야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개발이 절실해 고급 인재에 대한 수요가 커진 상황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한 배터리 관련 기업들은 상시 채용 전환과 함께 배터리 인재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유수의 대학들과 상호 협약을 체결 계약학과 등을 개설하고 산업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직접 키워 채용하려는 모습이다.

계약학과는 기업과 학교가 산업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공동 육성하기 위해 개설·운영하는 학과다. 정규 학과는 아니지만, 산업 일선에서 요구하는 지식과 역량을 적절하게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 개설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전자, 반도체 등 분야에 한정됐으나 최근 배터리 관련 산업이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으면서 지난해부터 잇따라 설립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0월 19일 연세대학교와 함게 비대면 방식으로 ‘이차전지융합공학협동과정’ 계약을 체결했다. 기념 촬영하는 김흥식 LG에너지솔루션 CHO 부사장(왼쪽)과 명재민 연세대 공과대학장의 모습.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기업 중 가장 먼저 관련학과를 개설한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지난해 9월 LG에너지솔루션은 고려대 대학원에 배터리학과와 스마트팩토리학과 신설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연세대와도 협약을 맺고 ‘이차전지융합공학협동과정’을 개설했다.

다른 배터리 기업들도 잇따라 대학들과 배터리 학과 개설에 작업에 착수했다. SK온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성균관대와 핵심 인재 육성을 위한 배터리 계약학과 프로그램 개설 업무협약을 맺었다. 3월 말부터 배터리 계약학과 프로그램에 참여코자 하는 석사 연구원 모집한다. 

삼성SDI는 배터리 3사 중에서 가장 늦게 계약학과를 개설했지만 대신 가장 많은 대학과 협력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3일 포스텍을 시작으로 17일 서울대, 22일 카이스트, 23일 한양대와 각각 협약을 맺었다. 불과 한 달 만에 4개 대학과 협약을 맺으면서 차세대 배터리 인력 확보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기업들이 인재 육성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전문 인재가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 확대로 배터리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관련 연구개발 요구가 큰 상황에서 인력들에 대한 수요는 크지만, 인력 공급은 부족한 상태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족한 인력은 연구·설계인력(석박사급)이 1013명, 공정인력(학사급)이 1810명으로 추산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시장의 수요는 늘어나는데 적합한 인재 확보는 쉽지 않다 보니 기업들이 계약학과 개설을 통해 원하는 인력들을 직접 양성에 나서게 됐다”며 “현재까지는 석·박사 과정 위주로 개설돼 있으나 앞으로는 반도체·전자 분야처럼 학사과정도 개설될 걸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전자, 완성차업체 등 다른 산업군과도 고급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도 직접 인재 양산에 나선 또 다른 이유다. 배터리 분야는 반도체, 전자 등 다른 산업에 비해 새로운 분야인 만큼 고급 인력들의 진입을 망설이게 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장 일선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특화되고 융합된 전문가가 필요한데 대학 교육 제도상 그러한 인력 양성이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며 “최근 계약학과 개설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기업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한 차원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학령인구도 크게 줄어든 가운데 대학들도 생존을 위해 계약학과 개설에 적극적이고, 정부도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에 크게 관심을 가져 당분간 계약학과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0대 공약을 통해 이차전지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R&D 지원 및 전문 인력 양성 확대를 약속했다. 현재 인수위에서도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지원책이 논의된다고 전해지는 가운데 대학 내 배터리학과 개설 등 인재 지원책 등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