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끝나니 이젠 점심값…비상 걸린 직장인들

재택 끝나니 이젠 점심값…비상 걸린 직장인들

직장인들, 점심값 폭등에 주머니 걱정
‘런치플레이션’에 편의점 도시락 매출 ‘쑥’

기사승인 2022-06-14 06:00:08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점심시간만 되면 고민이다. 물가가 너무 고공행진이라 외식, 커피 다 끊고 밥도 하루 두끼만 먹는다”

“아침, 점심, 저녁 다 사먹는데 식비로만 한달 70~80만원 나간다고 보면 된다. 교통비와 통신비, 월세 요금만 해도 빠듯하다”

“요즘 점심값이 기본 1만원을 넘는다. 매일 사먹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번거롭지만 토마토랑 닭가슴살 등 도시락을 싸오고 있다”

최근 점심값 부담을 호소하는 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구고 있다. 외식 물가가 치솟으면서 직장인 점심값 부담이 커지면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줄며 출근 체제로 복귀한 직장인들은 급등한 점심 비용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이 유행하고 있다. 런치플레이션은 점심(런치)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합친 신조어다. 재택근무 대신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점심 물가가 눈에 띄게 뛴 것을 의미한다.

직장인들은 런치플레이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자장면 가격(서울 기준)은 지난해 12월 5692원에서 지난달 6223원으로 올랐다. 칼국수는 7615원에서 8269원으로, 김밥은 2731원에서 2908원으로 상승했다. 냉면 가격은 9731원에서 1만269원으로 538원 올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점심 식사를 편의점 도시락 등으로 해결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편의점 4개사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최근까지 편의점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모두 증가했다.

4월 1일부터 지난 12일까지 GS25 도시락 매출은 44.2%, 세븐일레븐은 37% 신장세를 보였다. 이마트24도 4월부터 지난 9일까지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48% 올랐다.

오피스가 밀집된 상권에서 도시락 매출이 뛰었다. CU의 경우 지난달 오피스가에 위치한 점포에서 판매된 도시락 매출이 27.1% 올랐다. 간편식사와 함께 컵라면(24.6%) 역시 전년보다 크게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직장인 대부분은 점심값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비 절감을 위한 대안으로는 응답자 40%가 ‘도시락’을 꼽았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지난달 직장인 10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95.5%가 ‘점심값이 부담된다’(매우 부담 56%, 약간 부담 39.5%)고 답했다. 점심값이 부담되지 않는다는 답변은 0.2%에 불과했다.

식비 절약을 위한 방법으로는 △직접 도시락 싸오기(41.1%) △저렴한 음식 메뉴를 선택해 지출 줄이기(34.9%) △외부 도시락을 단체 주문해 할인 받기(7.4%) △식비 절약을 위해 점심을 거르기(6.5%) 등이었다. 

원자재값 폭등 영향으로 외식 물가는 당분간 안정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비해 도시락 문화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외식 물가도 계속 오르지만 소비자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도시락을 싸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면서 “물가가 오를수록 도시락 문화가 보편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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