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찾은 롯데면세점 명동점 내부는 눈에 띄게 한산한 모습이었다. 엔데믹 분위기는 온데 간데 없고 면세점 쇼핑을 하러 온 관광객은 드물었다. 가족 단위의 중국인 관광객 몇 명을 제외하고는 국내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관광객 유입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털어놨다. 특히 면세점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현저하게 줄었는데, 코로나19 봉쇄령에 따른 타격이 크다고 했다. 김준성 롯데면세점 매니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 보따리상이 간간히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면서 “중국이 봉쇄된 시점부터 보따리상의 왕래가 막히면서 중국 내 유통도 막혀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늘길이 열리면서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해도 전체 매출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김 매니저는 “환율 문제도 있고 실질적으로 중국이 회복이 돼야 매출이 올라올 것 같다”면서 “매출 회복을 위해 동남아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계속 하고 있는 상황이라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면세점은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2019년 24조8586억원에 달했던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17조8334억원으로 급감했다. 특히 면세점 외국인 매출은 2019년 20조8130억원에서 지난해 17조원대로 감소했다.
올 1분기 매출은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면세점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신라면세점이 유일하게 흑자를 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현재도 신라면세점을 제외한 롯데와 신세계는 적자를 겪고 있다.
나날이 높아지는 환율도 문제다. 면세점 제품은 달러로 판매되는데, 고환율은 관광객들에게 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달러 환율은 1달러당 1300원까지 육박했다. 지난 20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290원을 넘어섰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50원 넘게 올랐다.
환율은 실시간으로 가격이 반영되는 구조라 면세점은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애를 먹고 있다. 최근에는 고환율로 면세품 가격이 오르면서 일부 제품의 경우 백화점보다 더 비싼 경우도 나타났다. 김 매니저는 “명품 등 고가 상품은 세금 신고를 할 때 일정 기준이 넘으면 50% 세금이 붙게 된다”면서 “지금 면세한도가 600불에 고정돼 있어서 관세를 고려하면 국내 백화점이 더 저렴한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에 면세업계에서는 정부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 보따리상의 의존도를 낮추려면 내국인 면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기존에 5000달러였던 내국인의 면세점 구매한도를 올해 3월 폐지했지만 정작 후속조치인 600달러의 면세한도는 유지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 매니저는 “면세 한도가 늘어나게 되면 소비도 늘고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면세혜택도 늘어나니 고객들이 느끼는 부담도 줄어들고 해외 원화를 국내로 돌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면세점을 찾는 고객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 매니저는 “고가품이나 의류 등을 제외하더라도 화장품이나 악세사리는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게 더 저렴하다”면서 “온라인 소비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영향도 크다”고 전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