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철회하고 고용 환경 보장하라!"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23일 오전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물류센터지회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을 상대로 한 이 투쟁의 길에 단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투쟁해 나갈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재천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국장을 비롯해 박상길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김혜진 쿠팡대책위 집행위원장, 민병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 정성용 인천 분회장, 김한민 지부장, 정동헌 동탄 분회장, 위대한 라이더유니온 쿠팡이츠협의회 회장 등이 참여했다.
쿠팡물류센터지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로 쿠팡에 갖는 조합원들의 분노를 봤다"면서 "쟁의행위 찬성률 94.01%라는 압도적인 가결을 통해 보여준 조합원들의 분노를 모아 이제 쿠팡을 상대한 투쟁을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에 △냉방시설 확충을 통한 폭염대책 마련 △ 유급 휴게 시간 보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책 및 가해자 처벌 △임금 인상 및 고용 안정 △ 부당해고 철회 △노조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해 8월부터 실무교섭 7차례, 본교섭 8차례 등을 진행했지만 논의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노조는 총 15차례의 교섭 진행 과정에서 임금 인상, 유급 휴게시간 부여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들어주지 않으면서 결렬됐다.
현재 노조는 생활임금으로 시급 1만1150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쿠팡은 올해 시급을 9160원으로 공지한 상태다. 노조는 월급이 오르는 것보다 물가가 더 빠르게 오르면서 임금수준이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며, 생활임금 수준으로 시급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우리의 요구가 그렇게 무리한 것인지 쿠팡에 되묻고 싶다"면서 "만약 당신의 자식이나 부모·형제들이 이런 곳에서 일을 한다면 가만히 참고 있으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앞에서는 성실교섭을 외치고, 뒤로는 노동조합 측 교섭위원에 대해 부당한 계약해지를 하고 있다"며 "노동자들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센터를 폐쇄하고, 전환 배치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박상길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고 노조와 성실하게 교섭에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박 부위원장은 "사측이 노조 교섭위원과 간부를 해고했는데 이는 명백한 노조 탄압"이라며 "(앞에서) 하는 척만 하는 교섭은 성실 교섭이 아니다. 교섭 해체에 따른 부당 노동행위를 중단하고 부당 해고를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김혜진 쿠팡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사측의 노조 탄압 및 소비자 문제 등을 전반적으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점이 시정되지 않을 경우 노동사회단체 투쟁과 공동 행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먼저 쿠팡의 무조건적인 불통과 일방향 소통을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그는 "쿠팡은 (부천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 감염 당시에도 감염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대단한 일방향 소통이 일반화돼 있는 것"이라며 "최근에는 와우 멤버십을 무려 70% 인상했다. 소비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현장 노동자들은 무더위에 쓰러지고 있는데 진지하게 반성하고 고민하지 않는다"며 "사과하지 않는 조직, 자신의 잘못을 들여다보지 않는 조직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또 부당 해고와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만연하다면서 "노동자들이 계약직이라 계약 해지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교섭 위원을 해고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면서 "이미 법적 갱신기득권이 인정되고 있고, 단기 계약에서 계약 해지를 노조 탄압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잘못된 구조가 자칫 노동의 표준이 돼서는 안된다"며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플랫폼 기업의 행태가 우리 사회 표준인 것처럼 굳어져선 안 된다. 노동자 권리를 존중하고 소통하는 기업이 되지 않으면 쿠팡의 행태가 우리 사회에 일반화될 수 있겠다는 고민 때문에 계속 싸우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민병조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현장 내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사측이 전반적인 노동 문제에 이렇다할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민 지회장은 "혹서기와 혹한기 냉·난방시설 문제, 임금 수준 문제, 사망사고 등 끊임없이 발생하는 노동환경 문제 등 가장 기본적인 것마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효율성에 한해 노동자의 기본적인 자유마저도 인정 받지 못하고 박탈 당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사측이 노조와 성실하게 대화하고 노조 인권 보장 및 노동 조건 개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물류센터 현장에서 발생하는 쪼개기 계약 문제, 부당해고(계약만료),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한 발언이 이어졌다.
정성용 인천 분회장은 23일자로 해고를 당했다며 "노조 간부 활동에 따른 부당 해고"라고 주장했다. 근속 2년이 지나서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야 함에도 사측에서 재계약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해고 사유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근무평가 기준과 내용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인 재계약 거부는 노조 탄압의 부당 해고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 분회장은 "간부 몇명 해고한다고 절박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반드시 부당해고 철회시키겠다"면서 "현장으로 기필코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이후 노조는 사측에 대표이사 면담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연좌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앞서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그간 근로자들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삼으며 노조와 성실히 교섭을 진행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쿠팡 측에 따르면 노조는 일방적으로 요구 사항을 서면으로 제출한 후 교섭 없이 조정 신청을 하는 등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또 계약만료에 따른 부당해고 부문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근무평가 기준을 갖추고 있고 △모든 직원에게 동일하게 적용 △객관적 근무평가 기준 검토 △평가 기준 충족한 경우 근로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앞으로도 노조와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