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 빵 ‘전성시대’…MZ세대 열풍 이끌어
“메이플스토리 빵 적립 포인트 1개당 1000원에 삽니다. 메이플 빵 공짜로 드실 분.”
지난 29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온 게시글 중 일부다. 최근 편의점 빵을 구하는 소비자들로 중고 커뮤니티 열기가 뜨겁다. 오프라인에서 촉발된 빵 전쟁은 이제 온라인까지 번지고 있다.
GS25가 게임회사 넥슨과 손잡고 만든 메이플스토리 빵은 요즘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거주한다는 김 모씨(28·남)는 최근 당근마켓에 메이플스토리 빵 구매글을 여러 개 개시했다. 김씨는 “자주 다니는 단골 편의점이 있는데 빵을 구하려면 시간대를 맞춰 방문해야 하고, 막상 가도 품절된 상태”라며 “빵을 기다리기도 어렵고 해서 글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메이플스토리 빵이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스탬프’다. 일정 스탬프를 모으면 피규어 등 경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빵 1개 당 스탬프 1개가 나오는데 스탬프를 3개 모으면 메이플 몬스터 티켓 쿠폰을 준다. 쿠폰 수량에 따라 빵크빈(모자), 달콤 빵크닉(의자), 블루마린 유니폼 세트로 교환할 수 있다. 오직 빵을 구매해야만 얻을 수 있는 희귀 아이템이라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더 자극하는 셈이다.
특히 지난 3월 띠부씰 열풍에 힘입어 캐릭터 피규어와 스티커 등을 수집하는 현상도 늘고 있다. 김씨는 “스탬프 20개를 모으면 핑크빈 피규어, 60개는 코디 아이템을 받을 수 있어서 적립 포인트만 모으고 있다”면서 “친구들도 빵 자체보단 경품 아이템을 갖기 위해 빵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메이플스토리 빵은 이달 17일 첫 출시와 동시에 품귀 현상을 빚었다. GS25에 따르면 메이플스토리 빵은 열흘 만에 누적 판매량이 55만개를 넘었다. 출시 이후 빵 매출은 전년 대비 약 70% 정도 늘었다. 현재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점포당 최대 5개로 발주를 제한하고 있다.
맛도 흥행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GS25는 일반 빵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메이플 시럽을, ‘메이플스토리’ 게임 이름 그대로 직관적인 면과 맛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했다. 이같은 전략은 적중했다. 메이플시럽에 익숙한 3040세대 뿐 아니라 학생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CU 연세크림빵 시리즈도 일찍이 품절 대란에 합류했다. 이 빵은 지난 2월 출시된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폭발적인 매출을 올렸다. 현재 CU 디저트 전체 매출 비중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생크림이 전체 80%에 달할 정도로 ‘크림폭탄’으로 불리지만 많이 달지 않아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게 인기 요인이다. 실제 CU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다른 크림빵보다 크림 함량이 5배 이상 많다. 가벼운 우유생크림의 맛을 잘 살려 쫀득한 듯하면서도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최근 유행인 ‘반갈샷(반을 갈라 상품 속 내용물을 인증하는 사진)’의 영향으로 매출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상암동의 한 편의점 점주 A씨는 “연세크림빵이 MZ세대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다. 발주를 넣어도 1~2개 밖에 안 들어온다”면서 “워낙 인기가 많아 들어와도 금방 팔린다. 특히 20대 고객들이 보자마자 사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또다른 편의점 점주 B씨도 “크림빵은 가성비가 좋은데 맛도 좋아 학생들이 자주 찾는다”라며 “요즘엔 중·장년층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했다.
◇ “편의점, MZ세대 노린 빵 마케팅 적중”
편의점 빵은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구조다 보니 제과점보다 맛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높았다.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 편의점들은 맛과 품질의 차별화에 집중했고, 가성비까지 갖춘 제품을 내놓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SNS를 타고 중고거래 시장까지 등장하며 편의점 빵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는 가파른 물가 상승 속 가격 경쟁력과 맛, 차별화된 마케팅이 더해져 호응을 얻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 제과점과는 다른 고유의 맛 때문에 편의점 빵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영향도 크다는 것이다.
김정은 배화여대 조리학과 교수는 “편의점 빵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 가성비와 맛, 마케팅적인 요소가 크다”면서 “최근 콜라보 제품들이 많이 출시가 되고 있는데 관심도가 높은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해 이를 마케팅으로 잘 풀어낸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품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특유의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면서 “향후 편의점과 베이커리 빵 시장이 겹칠 수도 있지만 개인 업자나 베이커리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모색함으로써 서로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