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원구성이 34일째에 접어들었지만, 해소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통령 특사로 필리핀을 방문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장을 선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2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5월 30일 하반기 국회가 시작되고 33일째 원 구성이 실패하면서 국회가 한 달 넘게 공전하는 상황이다. 양당은 민생을 신경 써야 한다고 소리 높였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문과 함께 권 원내대표를 필리핀 특사로 선정하면서 원 구성 협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권 원내대표가 필리핀에 방문하기 전에 양당이 원 구성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지만 첨예한 의견 차이만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상반기 원 구성 당시 국민의힘에 법제사법위원장을 넘기는 여야합의가 된 점을 들어 조건 없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다.
원 구성을 하지 않고 필리핀행에 오른 권 원내대표를 비판한 민주당은 결국 지난달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오는 4일까지 국민의힘과 협상 후 국회의장 선발을 강행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전날 당 대표실 복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진표 국회의장 내정자가 한 번 더 협상을 시도하자고 제안했다”며 “국민께 최대한 협상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다고 생각해 이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반쪽짜리 국회의장이라며 공세수위를 높였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지난 1일 논평을 통해 “반쪽짜리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국회의장 선출을 강행하겠다면서 국민의힘에 양보안을 가져오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내건 조건은 국민의힘의 ‘사법개혁특위’(사개특위) 참여와 검수완박 법안 권한쟁의 심판 취하라는 조건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입법부 수장을 특정 정당이 일방적으로 선출하는 것은 민주주의 후퇴”라고 질타했다.
양당의 원구성 정쟁으로 장관 후보자 검증도 늦어지고 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박순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열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인사청문특위 역시 국회의장이 선출되지 않아 구성할 수 없어서 진행이 불가능하다.
전문가는 원구성 난항 중 국회의장 선출이 가지는 의미는 ‘개원’을 통해 일부 국정을 진행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비판 여론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 지난 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국회의장은 무소속으로 정치 관례상 특정 정당에 편파적이지 않다”며 “국회의장 자리는 입법부를 대표하는 자리로 대한민국 민의를 직접 대변하는 자리기 때문에 여야 합의를 통해 선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서 여야가 협의하지 않으면 잘못된 것”이라며 “국가 운영에서 제1책임은 집권여당에 있다. 국정 마비 상황에서 대표 징계를 두고 내부 권력 다툼을 하는 당 내부 상황이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야가 합의를 통해 의장을 선발하게 되면 특위 구성이 가능해져서 일부 사안에 대해 국정 운영이 가능해진다”며 “이번은 지난 총선에 절대 다수당이 생기면서 균형이 깨졌기 때문에 더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