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광주행을 결정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6.1 지방선거에서 역대 최저 투표율이 나온 것을 고려해 지지층 다지기에 돌입했다. 일각에서는 전당대회 룰을 변경한 것과 광주행이 연관성이 있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6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우 비대위원장은 전날(5일) 광주를 방문해 간담회와 이한열 추모식, 미니특강 등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우 비대위원장은 광주와 민주당에 대한 메시지를 남겼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1 지방선거 광주 투표율은 37.7%로 유권자 120만6886명 중 45만4541명만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투표인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 81.5%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에서 역대 최저치의 투표율이 나오면서 당시 민주당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호남출신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방선거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주 투표율 37.7%는 현재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었다”며 “민주당이 미루고 뭉개며 쌓아둔 숙제는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질타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호남 민심잡기에 돌입했다. 민주당의 정치적 근간으로 알려진 호남의 민심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의 혁신을 통해 호남의 기대를 회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5일 광주시당 대회의실에서 “민주당 대표로서 우리 호남인들에게 말씀을 드리러 왔다”며 “이번에 광주에서 37.7%의 투표율을 받았다. 광주 시민이 민주당에게 보내는 경고로 받아들였다. 호남 민심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보다 더 많은 호남인의 기대와 희망을 받기 위해서는 환골탈태와 각성, 혁신, 유능이 필요하다는 각오가 생겼다”며 “호남은 민주당의 뿌리다. 보다 뿌리를 굳건히 내리기 위해 여러분의 여론을 들으러 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능하고 겸손한 민생정당으로서 민주당을 재건하는 일은 무능하고 독선적인 이미지를 극복하겠다는 약속”이라며 “자성과 반성으로 출발해 거듭나는 모습까지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비대위가 호남과 수도권에 유리한 ‘권역별 투표제’를 의결했다. 비대위가 결정한 권역별 투표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많은 지역에서 최고위원이 나오기 쉬운 전당대회 규정이다.
비대위 의결과 함께 전준위 안이 폐기되면서 민주당 내 갈등이 심각해졌다. 전준위는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를 위해 설립한 기구로 각 계파 대표하는 원내 의원과 청년과 여성, 장애인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 20명이 포함됐다.
전준위는 지역별 균형을 맞추기 위해 ‘국민투표’비율을 예비경선에 30%를 신설하고 본 경선에서 10%를 25%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안을 제시했다. 해당 안은 각 계파가 합의한 내용인 셈이다.
사의를 표명한 안규백 전 민주당 전준위원장은 지난 5일 “최고위원 선거에서 비대위가 도입한 권역별 투표제는 유례없는 제도”라며 “지역의 대표성을 보완하지 않고 수도권과 호남 지역의 대표성을 강화했다”고 비판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권역별 투표제 의결에 대한 이유를 말했다. 그는 전남대에서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 선거 권역별 투표제는 호남과 충청, 영남 출신 의원들이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정했다”며 “다음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 여론을 청취해야 할 지도부에 호남과 충청, 영남 출신 의원들이 진입하지 못하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되지 않겠냐는 우려에서 결정했다”고 답했다.
전문가는 우상호 비대위원장의 특정 지역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도부 결정은 다음 총선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비대위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비대위 결정에 다른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남겼다.
최요한 평론가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호남과 충청, 영남 출신 최고위원의 지도부 입성을 위해 지역할당을 도입했다는 표현에 문제가 있다”며 “특정 지역 최고위원이 지도부에 입성하는 문제는 다음 총선에 큰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런 문제는 비대위가 아닌 당원들이 결정해야 한다. 예비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포함하지 않는 것 역시 큰 문제”라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