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28m·너비 15m 안에서 펼치는 ‘휠체어 다이내믹’

길이 28m·너비 15m 안에서 펼치는 ‘휠체어 다이내믹’

코웨이 휠체어농구단 훈련 현장 가보니
비장애인 스포츠 뛰어넘는 격렬함
“장애인들을 위한 좋은 롤모델 되고 싶다”

기사승인 2022-07-07 06:20:01
‘코웨이 휠체어농구단’ 훈련 모습. 코웨이

“비장애인 스포츠 못지 않은, 그걸 뛰어넘는 다이내믹함과 격렬함이 있습니다.”

6일 오전 찾은 서울 광진구 정립회관체육관은 코웨이 휠체어농구단의 연습 경기가 한창이었다. 체육관 안은 여름철 무더위보다 뜨거운 코트의 열기로 가득했다.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드리블과 현란한 패스, 허공을 가르는 3점슛, 찬스를 노린 속공과 페이크까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프로농구와 다를 바 없었다. 오히려 더 치열하고 박진감 넘쳤다.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땀방울,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은 마치 국가대표 경기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코트 바닥이 울릴 정도의 전율이 느껴졌다. 이러한 플레이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코웨이 휠체어농구단’ 훈련 모습. 코웨이

휠체어 농구, 가장 큰 매력은 ‘역동성’


코웨이 휠체어농구단은 오전부터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달 17일 개막한 ‘2022 휠체어 농구리그’ 우승을 향한 강한 집념 때문이었을까.

1M 남짓한 거리에서 바라본 훈련 모습은 ‘격렬함’ 그 자체였다. 일반 농구와 차이가 있다면 선수들이 휠체어를 타고 움직인다는 것 뿐이었다. 선수들이 탄 휠체어는 일반 휠체어와는 외관도, 성능도 달라 보였다. 농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용 휠체어는 주문 제작을 하는데 대당 700만원 정도다. 휠체어 높낮이도 장애 등급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휠체어 높이에 따른 개개인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함이다.

기자가 현장에서 체감한 휠체어 속도도 엄청났다. 경기를 할 때 평균 속력은 시속 15km 정도 된다. 최대 30km까지 속력을 낼 수 있다. 

현장에서 본 경기 모습은 흥미진진했다. 점프에 대한 패널티를 제외하곤 코트 규격과 골대 높이, 자유투 거리 모두 프로농구와 똑같았다. 선수들은 시합에 집중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경기 이후 농구단 주장인 양동길 선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밝게 웃고 있는 양동길 선수의 모습에선 미국 프로농구 선수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강인함이 느껴졌다. 코웨이

양 선수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다치기 전에는 경찰특공대가 꿈이었다. 다치고 난 뒤 자연스레 꿈을 접게 됐고 진로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면서 “그 스트레스를 휠체어 농구로 풀었다. 운동하고 땀흘리는 게 너무 좋았고 계속하다 보니 직업이 됐다”고 말했다.

휠체어 농구의 가장 큰 매력으로는 ‘역동성’을 꼽았다. 양 선수는 “장애인 스포츠지만 비장애인 스포츠보다 더 역동적인 부분이 많다. 휠체어끼리 부딪히면서 나는 고무타이어 냄새와 휠체어 소리 등은 현장에서만 체감할 수 있다”며 “장애인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격렬한 동작이 많다. 부상 위험도 커서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양 선수는 일반 장애인들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그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사회로 나가는 길 자체가 좁다. 그래서 대부분 가족의 보호 아래 외부활동을 안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 분들께 코웨이 휠체어농구단이 좋은 롤모델이 되고 싶다. 저희를 보면서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챔프전 진출이 목표…빅 픽쳐는 후학 양성”

코웨이 휠체어농구단은 지난 5월 창단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민간 기업에서 창단한 휠체어농구단은 코웨이가 최초다. 농구단 초대 단장은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을 지낸 임찬규 단장이 맡았다. 국내 휠체어농구 선수 출신 1호 지도자인 김영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으며, 주장 양동길 선수와 2021시즌 MVP를 수상한 오동석 선수 등 서울시청 멤버들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휠체어 농구리그 2022 시즌은 코웨이를 포함한 6개팀(고양홀트, 제주삼다수, 대구광역시청, 춘천시장애인체육회, 무궁화전자)이 9월 18일까지 정규리그 3라운드 총 45경기를 치르게 된다. 

‘코웨이 휠체어농구단’. 코웨이

양 선수는 코웨이 농구단 일원으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양 선수는 “팀을 새롭게 창단하고 2차례의 전국 대회를 치뤘는데 아쉽게 3위로 마감을 했다. 스스로도 자책과 실망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 선수도 새로 보강되면서 높은 순위를 바라보고 있다”면서 “손발을 잘 맞춘다면 그간 쌓아 왔던 실력을 코웨이의 이름으로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목표는 우승밖에 없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영무 감독도 리그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김 감독은 “이번 리그에서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다면 우승까지 꿈꿀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타 팀과 객관적인 전력 차이는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 “훈련과 팀워크로 극복이 가능한 부분이고, 지금 성적은 1승 2패지만 올해 4연패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그 우승을 넘어 장기적으로 후학 양성에 대한 비전을 드러냈다. 유망주 발굴과 선수 육성을 통해 젊은 농구단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김 감독은 “기존의 자리 잡은 선수들을 데려오기 보단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려고 한다. 내부적으로 끊임 없는 경쟁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면서 “경쟁자가 있어야 동기부여가 되고, 스스로 나아지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런 선순환적인 구조를 갖춰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코웨이는 추가 선수 영입과 전력 보강은 물론, 장애인 휠체어농구 종목 발전을 위해 유망주 발굴과 선수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코웨이 관계자는 “앞으로 선수들이 활동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회사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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