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대표 출마 선언에서 ‘공천학살’은 없다고 언급했지만 ‘공천권 포기’에 대해서는 공정성과 시스템 등을 말하면서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계파 간 갈등의 끝에 ‘공천학살’이 없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18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의원은 17일 당대표 출마선언에서 ‘이기는 민주당’과 ‘공천학살 방지’ 등을 말했다. 이 의원이 공천학살을 언급한 것은 97그룹과 반명계가 지난 12일 ‘공천권 포기’를 내세운 것을 의식했다는 평가다.
이 의원은 “예견된 위기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위기 대응책과 위기 대응 책임자는 보이지 않는다”며 “(대선과 지선 패배의) 책임은 문제 회피가 아닌 해결이다. 당 대표 도전이 위험한 선택이지만 사즉생(死卽生·죽고자 하면 산다) 정신으로 민심에 온몸을 던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지 못하면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은 끝난다”며 “공천학살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천권 포기’에 대해선 “그걸 누가 하느냐”며 “공정하게 시스템에 따라 경쟁력을 중심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당대표 출마를 두고 ‘공천권’이 언급되는 이유는 이번 당대표가 22대 총선의 공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과 97그룹, 반명계의 대결구도가 형성되는 것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97그룹은 86세대(80학번, 60년대생) 이후 새로운 정치권의 바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반명계는 공천을 앞두고 ‘정치적 생명’이 걸려있어 이 의원의 출마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97그룹에 속하는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부어달라”며 “새 인물이 혁신과 통합을 실천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강조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도 “세대교체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은 달라진 민주당을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여론조사에서 2위를 기록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어대명이라는 체념과 박용진이라는 기대감이 함께 달아오르고 있다”며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더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고 이재명의 대항마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박용진뿐이다”라고 말했다.
반명계 주자로 알려진 설훈 민주당 의원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분열이 심화할 것인데 총선을 어떻게 치르겠느냐. 총선 실패는 대선 실패로 이어진다”며 “당이 위기라서 본인이 정리한다는 말인데 상당히 잘못된 판단이다”라고 질타했다.
또 “공천학살이 없다고 하지만 당대표 출마하는 사람이 (자신의) 계파를 공천하겠다고 하느냐”며 “개딸(개혁의 딸)이나 이런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을 보면 ‘계파학살’ 수준이 아니라 뭐든지 하겠다는 입장이다”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이 의원이 ‘공천학살’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공천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사람을 공천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각종 ‘공천 룰’ 변경이 이뤄지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분석했다.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특임교수는 1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개딸들이 주장한 것도 있고 오는 2027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자기 사람들을 당에 포진시켜야 한다”며 “공천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사람들을 공천할 것이고 그게 ‘공천학살’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국회의원은 총선에서 공천을 받아 당선되는 게 목표”라며 “3선 이상 동일지역 출마 금지 등의 규칙을 세워 친명계로 바꾸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기는 정당을 만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도 졌다”며 “이 의원이 당대표에 출마하는 이유는 사법리스크와 대권 두 가지다. 공천 학살은 피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