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구성이 완료됐지만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 문제로 여야 갈등은 본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이 상위 개념인 법안과 배치된다는 지적과 함께 더불어민주당과 경찰 관계자들의 반발이 극심해지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핵관’으로 알려진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검수완박’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행안위에 배치하면서 대응에 나서고 있다.
25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법률은 헌법 다음에 효력을 가지는 규정으로 정부와 국회의원이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다. 각 중앙행정기관에서는 해당 업무에 관한 정책집행을 위한 법률안을 제작한다.
반면 대통령령(시행령)은 ‘법률의 시행’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시행규칙이라고 한다.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을 정하는 하위규범 개념이다. 즉, 법률이 공포되면 법률과 연계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변경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윤 정부의 경찰국 시행령은 ‘시행령 꼼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존 법안에 어긋나는 규칙을 담은 시행령을 배포했기 때문이다. 정부조직법상 행정안전부 장관의 직무범위에 ‘치안’은 담겨있지 않다. 경찰청의 조직이나 직무 등에 관한 사항은 법률에 따라 별도로 정하게 돼 있다.
1974년 내무부(행정안전부 전신) 내 치안본부를 설립해 치안 행정을 비롯해 경찰 인력과 장비 관리, 풍속 사범, 대공 정보 수집 등을 했으나 1991년 내무부 외청으로 경찰청을 설치하면서 치안 관련 사무는 전부 이관됐다.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자 울산광역시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로 대기발령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류 서장은 “처음으로 경찰서장들이 신분상 불이익을 감수하고 공개적인 의사표현을 했다”며 “경찰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 인권이 언제든지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경찰 노력을 성원해달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류 서장의 대기 발령을 두고 강하게 질타했다. 서영교 민주당 경찰장악 저지 대책단 단장은 24일 ‘윤석열 정권 경찰장악 저지 대책단장 기자회견’을 열고 “총경들이 경찰국 신설을 ‘역사적 퇴행’이라고 지적했다”며 “1970~80년대 민주투사들이 목숨을 걸고 바꾼 아주 귀한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소리 높였다.
이어 “이상민 행안부장관의 업무에는 ‘치안사무’가 들어있지 않다, 명백한 정부조직법 위반”이라며 “류 서장의 대기발령과 참석자 감찰은 현 정권이 ‘공안통치’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직격했다.
경찰국 문제로 내정된 지 얼마 안 된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장관은 ‘탄핵’까지 언급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경찰서장 모임을 ‘쿠데타’와 비교하면서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장관은 25일 출근길에 기자를 만나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하나회의 12·12 쿠데타와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해산명령을 내렸는데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경찰은 위계질서 조직이고 강제력과 물리력을 동원할 수 있어 상관 명령에 불복종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군으로 치면 위수 지역을 벗어나 모임을 한 것과 같다”며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국무위원의 탄핵소추는 재적 의원의 3분의 1이 동의하면 된다. 민주당이 169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동의 없이도 탄핵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탄핵이 의결되면 이 장관은 임기 2달여 만에 물러나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경찰국 설치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행안부에서 경찰을 통제할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또 이 장관의 탄핵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도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모든 독재기관은 사정기관을 장악하려고 했다. 과거 어떤 정권도 이런 일을 하지 못했다”며 “위법일 뿐만 아니라 위헌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법치주의 회복을 위해 국회는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뜻을 함께하는 의원들과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경찰의 가장 부끄러운 역사가 치안본부에서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의 통제가 현행 법률과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특히 류 서장의 발령이 치안본부 시절에 시행한 인사 압박과 유사하다고 질타했다.
박상병 정치 평론가는 2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경찰의 가장 부끄러운 역사 중 하나가 치안본부 시절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었다”며 “이런 사건들 때문에 경찰청을 독립시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국을 재설치해 행안부 장관 직속으로 편입하는 것은 치안본부 시대로 돌리려는 대응”이라며 “이는 옳지 않다. 법령에도 나와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조직법으로 장관의 역할을 규정했다. 행안부장관의 역할 중에는 치안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경찰국을 설치해 경찰을 최소 지휘한다고 했지만, 법적 근거가 정부조직법에 기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법무부장관 산하 검찰국이 통제하도록 법령이 규정하고 있다”며 “경찰은 국가 경찰위원회가 이를 담당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행안부장관이 경찰국으로 통제할 경우 원하는 인물에 대한 수사 개입이 가능해진다”며 “류 서장의 대기발령이 과거 치안본부에서 행해졌던 ‘인사 압박’과 같다”고 비판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