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욕 플랫폼’을 언급하면서 당내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민주당 워크숍 당시 ‘팬덤정치’를 경계한다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문자폭탄’ 대용 플랫폼을 만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2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의원은 지난 30일 경북 안동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당내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의원들을 비난받도록 해 집계해보고자 한다”며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과 가장 많이 항의를 받은 의원 등을 선정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비판이 거세지자 ‘소통 플랫폼’을 만들려고 했다고 해명했지만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당에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을 문자 폭탄보다는 공개적으로 작성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지만, 오해가 생겼다”며 “재밌자고 이야기하면 이를 침소봉대 해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불편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6월 23일 충남 예산 리솜 리조트에서 20대 대통령 선거와 6.1 지방선거 패배를 극복하고 계파 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워크숍을 진행했다. 해당 워크숍에서는 선거 책임론을 비롯해 ‘SNS 정치’와 ‘팬덤 정치’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당시 내용 정리를 발표한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팬덤정치의 순기능과 역기능 의견이 제시됐다. 무관심과 냉소, 혐오정치에 대한 자가 성찰이 필요하다”며 “배타적 팬덤 정치와 결별하고 중도와 세대 확장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욕 플랫폼’ 발언은 ‘민주당 워크샵’에서 언급된 ‘팬덤 정치’ 경계와는 다르다는 평가다. 여야는 이 발언을 두고 ‘팬덤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강한 비판과 질타를 이어갔다. 특히 의원들을 압박하는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논란도 발생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의원이 ‘의원을 욕할 플랫폼’을 만들자고 했다”며 “하다 하다 이제는 대놓고 ‘욕설 게시판’을 만들자고 하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욕 플랫폼은 개딸(개혁의 딸)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며 “이를 총구 삼아 자신에게 비판적인 민주당 인사들에게 마구잡이식 난사를 할 모양이다. 민주당에 서슬이 퍼런 완장 부대가 공식 득세해 압살적 분위기가 팽배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의원이) 사려 깊지 못한 주장을 했다. 강성 지지자들에 편성하고 이용하려는 얄팍한 행태”라며 “민주당의 가장 큰 결함은 찌든 계파와 악질적 팬덤으로 상당 부분 이 의원이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성찰하면 감히 그런 주장을 못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예비경선을 통과한 후보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 의원이 ‘욕 플랫폼’을 해보자 하는 것은 자신과 반대의견을 내놓는 소신을 숫자로 겁박하려는 의도”라며 “정치적 자유는 민주당의 근본정신이다. 의원을 겁박하고 악성 팬덤으로 의원들을 향해 ‘내부총질’로 낙인찍는 당대표가 나온다면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것”이라며 “박용진의 민주당 사랑법은 당 대표에게 다른 의견을 냈다고 겁박하는 게 아닌 다른 계파와 의견을 가진 의원을 찾아가 경청하고 설득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도 “이 의원의 발언은 맥락을 떠나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며 “이 의원의 발언으로 발생한 오해를 바로잡고 지적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 의원이 쓴 ‘모든 책임을 홍보에 돌리고 언론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지만 모든 문제는 나부터 시작한다’는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이재명 후보가 블로그에 남긴 글”이라며 “완벽히 동의한다. 언론을 탓하기 전에 모든 문제는 나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야 책임 있는 정치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욕설과 소통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지방선거 당시 차량을 쫓아가면서 욕설은 범죄행위라고 언급한 이 의원의 행보와 이번 ‘욕 플랫폼’은 서로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과거의 행보와 욕 플랫폼은 서로 맞지 않다”며 “지방선거 당시 (이 의원은) 차량을 쫓아가면서 욕을 하는 것은 범죄행위라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통을 강화하자고 하면서 농담처럼 했다고 말했지만, 욕은 ‘소통’이 아니다”라며 “욕과 비판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