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괴롭히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로 잡는다 [알기쉬운 경제]

입주민 괴롭히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로 잡는다 [알기쉬운 경제]

알기쉬운 경제는 어려운 경제 용어 풀이뿐만 아니라 뒷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전하고자 합니다.

기사승인 2022-08-09 17:07:05
이사 중인 한 아파트.   사진=곽경근 대기자

쿵쿵 울리는 발망치 소리에 가구 끄는 소음까지 주민 간 ‘갈등 유발’ 단골손님인 층간소음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지난 4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아파트 완공 뒤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확인하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그 주인공입니다.  

온 국민을 괴롭게하는 층간소음은 해마다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 동안에는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 여파로 풀이됩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의 민원접수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만6257건이었던 민원건수는 2021년 기준 4만6596건으로 폭증했습니다. 

층간소음 갈등이 잔혹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4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윗집 80대 노인을 살해한 20대 남성이 구속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에서는 20대 남성이 층간소음을 이유로 도끼를 들고 윗집을 찾아가 현관문을 여러 차례 파손한 혐의로 붙잡혔습니다. 

강력범죄로까지 번지는 층간소음 문제에 정부는 대책마련에 나섰습니다.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본격 시행합니다. 아파트 공사가 끝난 뒤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한 검사기관의 성능검사를 받고 통과해야만 아파트 입주가 허용됩니다. 만약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검사기관은 사업자에게 보완시공과 손해배상 등을 권고할 수 있습니다. 이에 해당되는 사업자는 10일 안에 조치 계획서를 제출하고 조치 결과를 검사기관에 보고해야합니다.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바닥충격음 기준도 강화됐습니다. 기존 기준은 경량충격음 58㏈(데시벨), 중량충격음 50㏈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모두 49㏈로 낮춰서 통일합니다. 측정방식은 기존 타이어(7.3kg)를 1m 높이로 들어올렸다가 떨어트리는 뱅머신 방식에서 배구공 크기의 공(2.5kg)을 떨어트리는 임팩트볼(고무공) 방식으로 변경됐습니다. 

아파트 내 모든 세대가 평가 대상은 아닙니다. 전체 세대의 2~5%를 무작위로 추출해 층간소음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실제 효력은 2~3년 뒤 나타날 전망입니다. 해당 제도가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 만큼 8월4일 이후 사업승인을 받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시행됐던 ‘사전인정제’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사전인정제는 바닥구조의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사전에 인정기관(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건술기술연구원) 시험실 등에서 평가하고, 성능을 인정받은 바닥 구조만 설계·시공토록 하는 제도입니다. 두 제도가 병행 시행되면서 실질적인 층간소음 저감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입니다. 

해당 제도가 법적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실련은 제도 시행 이후 성명을 통해 “권고사항은 법적 강제성이 없다”며 “실제 건설업계 입장에서 개선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아도 패널티가 따르지 않기 때문에 층간소음 저감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의 권고 조치가 시행되면 사업 주체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어 권고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한편 기존 아파트에는 바닥 공사비 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존 아파트는 매트를 까는 등 소음을 줄이기 위해 별도 인테리어를 해야 하는데 약 300만~500만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안다”며 “기금을 조성해 가구당 300만원 정도씩 지원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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