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면서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취업 제한으로 인한 경영 족쇄가 풀리면서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내부 경쟁력 강화와 함께 국가 경제 기여라는 과제를 안은 만큼, 이 부회장의 경영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번 경제인 사면 복권 사유가 ‘경제 위기 극복’임에 따라 이 부회장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 및 고용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사업·인수합병(M&A) 등 경제활성화 위한 과감 행보 주목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 형을 확정받아 복역하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됐다. 형기는 지난달 29일 종료됐지만, 5년 간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 받아 경영 활동에 제약이 있었다. 이날 복권 결정으로 이 부회장은 국정 농단과 관련된 사법리스크는 벗게 됐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이후에도 삼성전자에서 무보수·미등기·비상근으로 경영 자문을 하는 역할에 그쳤다. 2019년 10월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뒤 3년 가까이 이어진 삼성의 총수 부재 상황도 끝이 났다.
이 부회장은 이번 복권으로 취업제한이 해소되면서 경영활동에 힘을 받게 됐다. 우선 이 부회장은 주력 사업인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는 한편 미래 먹거리 산업과 신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와 6G의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삼성의 M&A 시계도 빨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의 대형 M&A는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4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멈춘 상태다. 이에 따라 경영 전면에 복귀한 이 부회장이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 실적발표에서 3년 내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또 이 부회장이 연내 적당한 시기에 회장직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54세인 이 부회장은 2012년 12월 44세의 나이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10년째 유지 중이다. 4대 그룹 가운데 회장 타이틀을 달지 못한 총수는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회장 승진은 법률(상법)상의 직함은 아니라 사내주요 경영진이 모여 결정하면 이뤄진다.
이 부회장이 등기임원에 오를지도 관심사다. 이 경우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데, 이 부회장은 2019년 3년 임기를 끝낸 뒤 현재 무보수 미등기임원인 상태다. 이 부회장의 복권을 계기로 현재 태스크포스(TF) 수준인 삼성의 컨트롤타워가 정식 조직으로 복원될 수 있을지도 이목이 쏠린다.
이재용 부회장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 보태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8·15 사면 복권과 관련해 국민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부회장은 이날 ‘특별복권 발표에 대한 입장’을 통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할 것”이라며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의 복권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 활성화 기대와 국민 정서를 고려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국가 경제에 삼성이 차지하는 절대적인 영향을 고려할 때 사법 부담을 덜어줘 경제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정치적 결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당장 광폭 행보에 나서기보다 경영 보폭을 차츰 넓혀갈 것으로 보고 있다. 복합 경제 위기 속에 현재 진행 중인 투자와 경영 계획 이행이 우선인 만큼 당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