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간 ‘치킨 전쟁’이 불붙었다. 최근 저가 치킨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사모펀드(PEF)운용사 MBK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홈플러스와 비에이치씨(bhc) 간 갈등도 격화되는 모양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홈플러스의 초저가 치킨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홈플러스가 출시한 ‘당당치킨’은 지난 10일까지 32만 마리가 넘게 판매됐다. 매장 운영 시간을 고려하면 1분마다 약 5마리씩 팔린 셈이다.
당당치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늘면서 온라인 검색량도 크게 증가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3일까지 일주일 간 홈플러스 온라인에서 ‘치킨’ 키워드 검색량은 전월 동기 대비 1036% 뛰었다.
당당치킨의 인기에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비슷한 가격대의 치킨을 내놨다. 이마트는 지난달부터 9980원짜리 ‘5분치킨’을 선보였고, 롯데마트도 한마리 반 분량의 ‘한통 치킨’을 오는 17일까지 8800원에 판매한다.
대형마트의 초저가 치킨 열풍으로 프랜차이즈 업계는 울상이다. 특히 bhc 점주들을 포함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bhc의 한 가맹점주는 “치킨 프랜차이즈 불매운동 때문에 매출이 줄어들까 걱정인데, 대형마트들이 앞다퉈 최저가 치킨까지 내놓으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살 길이 막막해진다”라고 토로했다.
대형마트 치킨 대 프랜차이즈 치킨의 ‘대결 구도’가 본격화하면서 온라인 상에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6000원대 저가 치킨은 소상공인 죽이기에 나선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과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것이라는 입장이 엇갈린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요즘 치킨갤러리 근황’이라는 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은 25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324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 네티즌은 “솔직히 마트 치킨과 치킨 프랜차이즈 제품과 비교하면 퀼리티 차이가 심하긴 하다”고 의견을 달았다. 또 다른 네티즌도 “마트 치킨 2~3개 먹느니 차라리 브랜드 치킨 하나 먹는 게 더 만족스럽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나는 통큰치킨의 맛과 브랜드치킨의 맛이 1만원 이상 차이난다고 생각하질 않는다”, “동네 포장 만원짜리 치킨 있는데 맨날 거기서 먹는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저렴한 가격의 마트 치킨은 미끼상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형마트 치킨은 기존 프랜차이즈에서 사용하는 신선육보다 크기도 작고 매장 임대료, 인건비가 추가로 소요되지 않을 뿐더러 고물가 시대를 겨냥한 한시적인 이벤트 상품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배달비와 튀김유 인상 등으로 소비자 저항이 거세진 틈을 타 프랜차이즈 치킨 불매 운동의 ‘빅 픽처’가 그려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업계는 지난해 4월 부임한 이제훈 홈플러스 대표이사가 KFC 출신인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사장은 피자헛코리아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개발책임자(CDO),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기도 했다. 이에 MBK는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이 사장을 영입해 수익성 제고에 나섰다.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7년이 넘도록 내리막길을 걸으며 3400억원의 적자를 냈다. 홈플러스는 과중한 재무 부담 등을 이유로 잇따라 점포 매각을 실시하며 역성장을 계속해 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MBK는 홈플러스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 매각 등에 치중한다는 지적을 IB업계로부터 받아 왔다”며 “그동안 대형마트가 육류나 라면을 미끼 상품으로 내세웠던 것과 달리 외식 산업의 대표 메뉴인 치킨을 앞세워 ‘치킨 런’ 등을 프레임으로 수익성 제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모펀드는 외식 산업에 재투자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보다 단기간에 수익을 창출해 최대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이익을 돌려주고 매각을 통해 빠져나가는 엑시트가 목적”이라며 “마트와 프랜차이즈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시장의 사모펀드 대주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고 덧붙였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