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쾌적한 주거생활 보장을 위해 ‘주거기본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폭우로 반지하 등 주거취약가구에서 침수 피해가 잇달아 나타난 가운데 ‘집다운 집’을 보장하는 것이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주장이다.
19일 오후 서울시의회 앞 시민분향소에서 너머서울 주최로 ‘폭우참사 희생자 추모’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서울시의 ‘반지하 주택 일몰제’를 비판하고 “반지하 퇴출보다 주거 대책 수립에 힘써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발언자로 나선 박도형 세입자114 간사는 “단기적으로 주거기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8~9일 서울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반지하에 살던 거주자들이 고립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반지하 주택 일몰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건축법 개정을 통해 주거용 지하·반지하를 전면 불허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하고 기존 건축물은 10∼20년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없앨 방침이다. 반지하 거주자의 주거 이동을 위해선 노후 공공임대 재건축(258개단지)을 통해 23만호 이상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반지하 뿐만 아니라 옥탑방, 고시원 등 최저주거기준에 미흡한 위험주거환경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반지하 퇴출 정책만으로는 반복되는 참사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거기준법은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함으로써 주거안정과 주거수준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갖도록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 따르면 주거기준법에 정해진 최저주거기준은 지난 2011년 개정·공표된 이후 별도의 보완이나 개정 없이 유지되고 있다. 2011년 정해진 현행 최저주거기준은 1인 가구 기준 14 ㎡(약 4.2평)다. 채광, 환기, 소음 등 최소한의 주거 질 확보를 위해 환경기준 충족여부를 측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한 구체적 판단 기준도 미흡하다는 지적(국회입법조사처, 최저주거기준의 내용과 개선과제 보고서)도 있다.
이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높은 주거비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다운 집’에서 살지 못하고 밀려난 이들이 재난과 기후 앞에서도 가장 먼저 떠밀려 가고 있다. 세계 10위 선진국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국가가 책임져야 할 몫”이라며 자신이 발의한 ‘주거기본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7월 발의된 법안은 △최소 주거면적기준 상향(1인 가구 25㎡) △풍압, 내열, 홍수 등 자연재해에 대한 구조안전기준 구체화 △자연채광, 환기, 방수, 방습 등 환경안전기준 구체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를 적용할 시 반지하 주거는 최저기준 미달로 주거상향 우선지원 대상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또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 정기조사, 주거급여대상자 의무 조사 등 관련 정기조사를 실시해 주거상향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했다. 기준미달가구에 대해선 공공임대주택 공급, 거주아동 지원금 및 택시수리비 지원, 주택계량사업 지원 등 우선지원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마련했다.
심 의원은 “대한민국도 최저주거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서,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시대를 마감할 수 있길 바란다”며 “주택법이 지정하는 주택뿐만 아니라 실제 사람이 거주하는 모든 곳에 적용하도록 했다.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규정한 것으로 하루빨리 실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