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일제강점기 미공개 문화예술 자료 대거 발굴

대구시, 일제강점기 미공개 문화예술 자료 대거 발굴

기사승인 2022-09-19 14:56:26
윤복진의 동요곡보집 목차와 악보. (대구시 제공) 2022.09.189

근대기 대구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상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이 대거 대구시에 기증됐다. 

19일 대구시에 따르면 이번에 기증된 자료들은 일제강점기 작사가이자 아동문학가로 활약한 윤복진(1907~1991)의 유족이 소장했던 자료들이다.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우는 밤~(후략)’으로 시작하는 동요 ‘가을밤’의 원작이 ‘울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기럭 기러기 날아갑니다’로 시작하는 윤복진의 ‘기러기’(1929)이다. ‘가을인가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 봐~(후략)’의 동요 ‘아 가을인가’도 윤복진의 노랫말이다.

기증 자료에는 육필 노트, 필사 악보 등을 비롯해, 박태준 작곡, 윤복진 작사, 이인성 표지화로 만든 ‘물새발자옥’(1939), 윤복진이 1929년 펴낸 ‘동요곡보집’, ‘초등동요유희집’(1931), ‘현제명작곡집’(1933) 등 1920~40년대 악보집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 중 ‘동요곡보집’은 1920년대 이름난 작사·작곡가들의 곡 35곡이 수록됐고 그간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던 귀한 자료다. 

또 1938년 대구공회당에서 열린 제1회 신인가수선발콩쿠르 결선 프로그램 등의 공연 팸플릿과 ‘어린이’,‘아동’,‘음악평론’ 등의 잡지, 무영당 광고지 등 당대 문화예술계 상황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1936년 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월간 음악 평론잡지 ‘음악평론’ 4월호, 1946년 창간된 아동잡지 ‘아동’ 창간호와 최남선의 ‘백팔번뇌’(1926) 등의 초판본 도서들과 대구 출신 영화감독 이규환이 해방 후 제작한 영화 ‘똘똘이의 모험’ 시나리오도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자료에는 윤복진의 친필 사인이 적혀 있으며 그 외 윤복진의 습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친필 노트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좌)박태준, (우)윤복진. (대구시 제공) 2022.09.19

윤복진은 일제강점기와 해방기를 통틀어 윤석중과 함께 최고의 아동문학가로 평가받는다. 일제강점기 우리말로 된 시와 노래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잊지 않도록 하는 ‘소년문예운동’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10대 후반이었던 1925년 방정환의 추천으로 ‘어린이’를 통해 등단한 이후, 윤석중, 서덕출, 신고송 등과 함께 동인 활동을 하며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윤복진은 1950년 한국전쟁 중 월북으로 잊혔다가 1988년 해금 이후부터 학계 등에서 조금씩 조명하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번 자료 기증으로 인해 윤복진과 일제강점기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한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관심이 재조명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희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기증 자료를 통해 일제강점기 대구의 주요 문화적 거점을 중심으로 전국의 예술인들이 교유한 이야기를 찾아내 훌륭한 문화적 자원으로 재창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앞으로 학술 세미나와 전시를 열고, 청년예술가들과 시민, 연구자들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 고 말했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