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온라인 상에선 고환율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한 온라인 패션&직구 커뮤니티에는 ‘블프 전에 1400 가겠는데요’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환율 미쳤네요. 올해 초만 해도 22년도 블프 기다렸는데 고이 접어둬야겠다”고 적었다. 관련 댓글에는 “(환율이) 1400까지 가면 국내가 더 저렴한 것 같다”, “이젠 직구의 의미가 퇴색됐다”, “왠만한 핫딜 떠도 안 살 것 같다”, “환율이 강제로 지갑 닫게 해준다”, “직구 많이 하고 싶지만 환율 때문에 망설이게 된다”는 반응들이 주를 이뤘다.
글로벌 긴축 기조와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해외직구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환율이 오를수록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만큼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익성 증대를 위한 이커머스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환율은 9월 들어서만 1360원, 1370원, 1380원, 1390원 선을 넘으며 빠르게 고점을 높여왔다. 이후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진 달러당 1400원 선을 뚫으며 1410원 선까지 육박했다.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환율 상승에 해외직구 시장도 얼어붙었다. 해외직구는 원·달러 환율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환율이 오를수록 소비자가 부담하는 제품 가격과 수수료가 상승해 소비도 줄어들게 된다. 매매 기준율 일평균 원·달러 환율은 지난 1분기 1204.9원에서 2분기 1259.6원으로 4.5% 올랐다.
이같은 상황에 그간 직구 서비스를 강화해왔던 이커머스 업체의 시름도 깊다. 특히 11월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쇼핑 대목 ‘블랙프라이데이’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나온다.
11번가는 지난해 8월 미국 아마존과 손잡고 해외직구 서비스인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오픈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실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운영 이후 11번가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11번가의 지난 2분기 매출은 1418억원으로 전년보다 3%가량 매출이 늘어난 데 비해 영업적자는 450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커졌다.
해외 상품을 손쉽게 주문할 수 있고 배송 시간을 단축해 편의성을 높였지만 상품 수가 미국 아마존에 비해 현저히 적은 데다 제품 설명, 리뷰 등의 서비스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환율도 치솟으면서 해외직구 강점으로 꼽히는 가격 경쟁력도 무용지물이 되면서 수익성 개선이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11번가 관계자는 “아마존 측과 꾸준한 협의를 통해 할인율이 높은 딜(Deal) 상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시장 상황과 고객들이 많이 찾는 상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등 딜을 제공하는 과정을 계속 정교화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 수나 브랜드의 경우 꾸준히 셀렉션을 확장하고 있다”면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중이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 효과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수익성은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쿠팡은 일찌감치 로켓직구 서비스를 선보이며 미국 캘리포니아에 쿠팡글로벌LCC 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지마켓글로벌은 해외 직구 전문 플랫폼 ‘G9’를 운영 중이다.
해외직구 거래액 규모는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의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 및 구매 동향’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은 506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6% 감소했다. 국가 별로는 중국 3471억 원, 일본 626억 원, 미국 524억 원 순이었다.
분기 기준 해외 직구 거래액을 보면 지난해 4분기 1조509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분기 1조3714억원, 2분기 1조3021억원으로 감소했다.
전문가는 고환율 흐름에 따라 당분간 해외직구 시장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환율이 저점 대비 25% 오르면서 제품 가격도 같이 올랐다. 환율 상승세는 2024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그간 해외 직구가 성행했지만 향후 2년 정도는 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이커머스 업체들은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인프라를 키워나가야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