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11시쯤 찾은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엔데믹 이후 첫 가을 정기세일이 시작된 이날 곳곳에선 각종 할인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영등포역과 연결돼 있는 지하 1층에는 식품관을 둘러보는 고객들의 모습이 간간히 보였다. 평일 오전인 데다가 개점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대체로 한산하면서 차분한 분위기였다.
각 층마다 매장 직원들은 손님 맞을 준비를 하며 분주하면서도 일찍이 방문한 고객들에게 상품을 소개하고 있었다. 4층에 위치한 이벤트홀은 옷을 구경하는 중년층들로 막 붐비기 시작했다. 매대마다 서너명의 고객들이 옷을 고르며 상품을 고르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답십리에 거주한다는 40대 여성 이 모씨는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잠깐 들렀는데 오늘부터 정기세일하는지는 모르고 방문했다”며 “이월 상품은 60~70%까지 할인한다고 하니 둘러보다 적당한 옷이 있으면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층 매장도 대체로 활기를 띄는 모습이었다. 6층의 한 아웃도어 매장 직원은 “2030세대인 젊은 고객들 사이에서 요즘 바람막이가 핫하다”면서 “파타고니아나 아크테릭스 제품 야상이 인기다. 간편하면서 멋으로 입기 좋아서 많이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요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단연 골프의 인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한 골프의류 매장 직원은 “최근 젊은 사람들이 골프를 많이 치다 보니 골프복을 구매하러 많이 온다. 젊은 여성 고객이 많은 편”이라며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스커트를 많이 찾는다. 일상복으로도 다양하게 코디가 가능해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같은날 오후 1시께 둘러본 근처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역시 비슷한 풍경이었다. 할인율은 브랜드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대체로 20~30% 세일이 보편적이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본격적으로 인파가 몰리는 듯 보였다. 금요일 평일 오후 시간대였지만 화장품과 명품관, 식당가 등 매장 사이 복도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층 향수 매장에서는 향수 제품을 시향하는 고객들이 눈에 띄었다. 해외 화장품, 명품 코너는 방문한 젊은 여성들로 북적였다. 샤넬 매장에는 상담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여성 고객들이 꽤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40대 고객 박 모씨는 “백화점 VIP 단골이라 세일 기간이 아니어도 자주 방문하는데 가격이 브랜드별로 다 다르다”면서 “행사 첫날이라 둘러보고 있는데 필요한 게 있으면 살 생각이다. 주말이 되면 사람이 더 몰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유명 화장품 매장 직원은 “엔데믹 영향으로 쿠션 팩트 제품이나 립스틱을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 잘 안 지워지는 지속력 강한 제품이 인기”라며 “최근 실외 마스크 전면 해제에 따라 화장품 수요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주요 백화점 3사(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현대백화점)는 이날부터 일제히 가을 정기세일에 돌입했다. 기간은 다음달 16일까지로 동일하다. 특히 10월 초에는 1~2주 연속 대체 연휴가 몰려 있고, 가을 여행 수요도 높아지는 시기인 만큼 업계에서는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최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된 직후 열리는 행사여서 세일 특수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실제 유통업체의 매출은 늘고 있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유통업체 매출이 14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4% 상승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증가폭이다.
추석명절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영향으로 오프라인 매출은 올들어 최대 상승 폭인 14.5% 뛰었다. 특히 백화점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식품과 의류 판매 호조로 전체 매출은 24.8% 급증했다.
이같은 실적 상승에 힘입어 3高(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위축돼 있는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을 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