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선물을 사고 전하려고 시간을 들일 필요 없이 손가락 하나로 편리하게 마음을 전할 수 있다.
모바일 기프트의 편리함과 장점은 ‘종이 쿠폰’ 시대를 저물게 했다.
그러나 아직 디지털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세대의 스마트폰에는 잠자고 있는 모바일 상품권이 많다.
특히 이벤트 경품, 사은품 등으로 받은 모바일 쿠폰은 유효 기간이 일반 기프티콘에 비해 짧고 환불도 되지 않아 아차하면 휴지조각이 되는 경우도 있다.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에 입주한 주식회사 투유즈(Twouz)는 스마트폰에 잠자고 있는 모바일 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리 플랫폼과 모바일 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콘텐츠 유통 기업이다.
성공 창업의 기본은 ‘버티기’…위기를 기회로
투유즈 류한직(42) 대표는 지난 2015년 8월 법인을 설립했다.
사회 선후배인 이우철(43), 강명균(41) 팀장과 “뜻이 통하는 사람끼리 뭉쳐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류한직 대표는 “사실 창업의 꿈을 키웠던 것은 IT 컨설팅 회사에 다닐 때부터였지만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한 가장으로서의 부담감을 떨치지 못해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고 했다.
2015년 스마트벤처캠퍼스에 선정되면서 창업은 급물살을 탔지만 창업 초기 금전적인 어려움은 피할 수 없었다.
시스템의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투유즈는 매출 없이 3년을 프로그램 개발에만 매달렸다.
벤처창업학교에서 많은 정보를 얻고 개발 자금 등을 지원받았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직원들 월급을 맞추고 나면 정작 본인은 가져갈 돈이 얼마 되지 않았다.
힘들게 버티던 그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닥쳤다.
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3년을 공들여 개발한 ‘기업용 불용자산 분할매입처분 시스템 개발 지원 사업’이 종료된 것이다.
류 대표는 “미국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 참가하던 중 지원 사업이 종료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직원 5명의 월급이 끊어지는 것도 문제였지만 그동안 개발한 프로그램이 물거품이 된다는 충격이 더 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모바일 쿠폰 거래 더 편하게…‘모바일 기프트 셀리’ 탄생
마냥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투유즈는 기업용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을 개인용으로 변경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18년 9월 론칭한 것이 ‘모바일 기프트 셀리’다.
‘모바일 기프트 셀리’는 그동안 개인 간의 온라인 직거래를 통해 거래되던 모바일 상품권을 보다 안전하고 빠르고 편리하게 사고 팔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판매할 모바일 쿠폰을 등록하면 실시간 시세에 따라 내가 지정한 계좌로 판매 금액이 입금된다. 이 모든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1분 남짓이다.
모바일 쿠폰 사용 이력도 파악할 수 있으며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투유즈가 온라인 거래에 필요한 검증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한 덕분이다.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사용되지 않는 쿠폰’이란 틈새시장을 파고 든 것이다.
류 대표는 “모바일 쿠폰을 구입 또는 선물로 받은 뒤 곧바로 사용하는 10대와는 달리 50~60대의 50% 가량은 사용기한 만료 직전에야 사용한다”며 “스마트폰에서 잠자는 모바일 쿠폰을 거래할 수 있고 직거래 시 우려되는 사기와 취약한 보안 등의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유즈는 잠자고 있는 모바일 쿠폰 등 소멸시효 채권의 규모가 지난 2020년을 기준으로 2조 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쿠폰의 유효기간이 보통 5년인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셀리 론칭 첫해인 2018년, 4개월 만에 30억 원 가량의 모바일 쿠폰이 거래되면서 6억 원의 판매 이익을 거뒀다.
이듬해에는 55억 원이 거래되면서 8억 3000만 원의 수익을 올리며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달리던 투유즈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류 대표는 ‘창업 성공의 기본은 버티기’란 의미를 실감하며 지속적인 프로그램 업그레이드에 매진하고 있다
더 똑똑해진 ‘투유즈 셀리’ 통합 플랫폼으로 진화
꾸준한 개발 작업을 거치면서 투유즈 셀리의 기능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 ‘2022 월드-콘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현재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적용한 통합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이 작업이 완성되면 보안이 더욱 강화되고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 오는 11월 30일까지 작업을 완료하고 곧이어 론칭할 예정이다.
그리고 모바일 쿠폰 판매 대금을 포인트를 적립한 뒤 세금이나 아파트 관리비 등 납부에 사용하는 등 현금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도 있다.
투유즈는 창업 초기에도 여러 기관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지난해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를 만나면서 새로운 비상을 위해 힘찬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21년 DGB금융그룹 피움랩 관련 행사에서 만난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 담당자를 통해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를 알게 됐고, 이 곳에 둥지를 트게 됐다.
현재는 사무실 지원과 마케팅, 법률 자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받고 있다.
류 대표는 “IT 서비스 회사에게 인프라를 잘 갖춘 공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보안도 그렇지만 24시간 인터넷과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된다.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는 이런 면에서 최고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사람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진짜 경쟁력
그는 대구에서 창업하고 회사를 키워가면서 지역의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
무엇보다 자금 유치에 대한 기회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전문 인력을 선발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류 대표는 “판교나 서울로 회사를 옮기면 투자하겠다는 제안도 많다. 대구·경북에서는 서울·수도권에 비하면 투자 유치를 위한 발표 기회를 갖는 것조차 힘들다”고 했다.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여의치 않아 지역 대학과 산·학·연 협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직접 전문 인력을 키워보자는 생각에 신입 직원을 채용하고 2년간 공을 들였지만 능력이 되면 결국 서울 회사로 옮겨가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지역 한계를 체감했다.
류 대표는 “대구가 콘텐츠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투자자의 연계, 전문 인력 양성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며 “서비스 개발에만 4~5년 정도 걸렸는데 모든 정부 지원 사업이 창업 7년 미만 기업을 중심으로 제공되는 것도 아쉽다. 보다 폭넓은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용하지 않는 물품 정보를 한 곳에 모아 많은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투유즈.
오늘도 사람들이 보다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고민하고 개발하는 투유즈의 진짜 경쟁력은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아닐까.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