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주거시장 안정을 위한 수급조절용 공공토지 비축계획을 발표해놓고 사실상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비축한 토지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1차 종합계획(2010∼2019년) 당시 수급조절용 토지를 연간 1조원씩 총 10조원 규모로 비축하겠다고 밝혔으나 비축된 토지는 전무했다. 연간 2조원씩 총 20조원을 목표로 한 공공개발용 토지 비축도 10년간 실적은 2조3629억원 규모로 목표의 11.8%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국토부는 2차 종합계획(2020∼2029년)에서 공공개발용과 수급조절용을 통틀어 총 9조원 규모의 토지를 비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2차 계획이 수립된 지 3년이 지난 올해까지도 공공개발용 토지 비축만 8679억원(올해는 잠정치) 규모로 이뤄졌을 뿐 수급조절용 토지 비축은 없었다.
공공개발용은 공적개발 수요 충족을 위해 비축하는 토지로 SOC 용지, 산업용지 및 주택용지를 말하고, 수급조절용은 토지시장 안정을 위해 비축하는 일반토지 또는 개발 가능지 등을 일컫는다. 이에 공공토지 비축은 국가가 장기적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토지를 비축해 향후 공공이 필요로 하는 용지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정책이 10년 넘게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었다. 국토부도 관련 문제를 이미 인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지난 6월 발표한 ‘2022년 공공토지비축 시행계획’에서 “현재까지 실적이 없는 수급조절용 비축 시행방안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은행 적립금 사용 절차와 기준 등을 마련해 수급조절용 토지비축 활성화를 위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국토부 계획과 달리 부처 간 서로 다른 정책을 발표하면서 수급조절용 토지 비축은 처음부터 엇박자를 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토부의 공공토지비축 계획 발표 두 달 뒤인 지난 8월 향후 5년간 16조원 이상의 국유재산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활용도가 낮은 국유지를 보유하는 대신 민간에 팔아 국가 재정에 보태겠다는 취지다.
행정안전부도 지난달 정부 위원회 중 약 40%를 폐지·통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토부 주관 위원회 중 공공토지 비축과 공급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공공토지비축심의위원회를 폐지 대상에 올렸다. 이는 현재 장관 판단하에 해산할 수 있는 비상설 위원회로 변경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소영 의원은 “최근 10년간 LH의 실질 수익은 17조원이고 매년 LH 이익금의 10분의 4 이상을 적립해 쌓인 토지은행 적립금은 지난달 기준 8조783억원에 달한다”며 “LH는 이 적립금은 한 푼도 쓰지 않고 오로지 채권발행을 통해서만 비축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토지의 원활한 공급과 가격안정은 경제활동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선 토지 비축 확대와 토지의 공익적 활용이 중요하다”며 “토지적립금을 토지 비축 재원에 최우선으로 쓰고 공공토지비축심의위를 상설위원회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