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 중도 사임을 둘러싼 정부의 ‘사퇴 압박’ 의혹이 재점화됐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여의도 국회에서 한국도로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도로공사서비스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전날 국토교통부를 대상으로 진행된 국감에 이어 이날도 국토부 산하 기관장 중도 사의와 관련한 야권의 맹공이 이어졌다. 임기가 남은 기관장에 ‘감사’ 칼날을 겨누며 정치적 사유로 퇴임을 압박했다는 것.
김진숙 전 사장은 지난달 23일 임기 6개월을 남겨놓고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지난 8월에는 김현준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사퇴했고 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도 국감을 일주일 앞둔 지난 4일 사퇴 의사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했다. 국토위여야 간사는 최근 사임한 세 전 사장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원희룡, 휴게소 음식값 빌미로 사의 압박… 대단히 잘못”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휴게소 밥값 인하를 거부했다고 도로공사가 개혁 저항세력으로 찍히고 강도 높은 감사를 받았다. 경영상 자유가 있음에도 정치적 의도를 갖고 사장을 몰아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장철민 의원도 “휴게소 음식값 못 내린 현실이 혁신에 대한 저항인가. 전 정부가 임명한 사장을 내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방식에 회의감이 든다”며 부당 압력 의혹을 제기했다.
김진숙 전 사장은 원 장관이 도로공사 임원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지 이틀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언론에선 국토부가 휴게소 음식값을 10% 내리자고 제안했는데 도로공사가 재정상의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에 원 장관은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개혁에 저항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도로공사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국토부가 도로공사에 휴게소 음식값 조정 권한이 없음에도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음식값 논란을 빌미로 감사를 하는 절차를 거쳐 사임한 것으로 안다.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사퇴압력을 넣었다고 생각한다”며 “도로공사가 이를 조정할 권한이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반대로 여당 의원들은 도로공사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엄호에 나섰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국토부는 고속도로 휴게소 값 비싸다는 것의 해결 의무로 인하 방안을 제안한 것”이라며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 언론에 유출됐고 주무장관의 서비스 혁신에 반발하고 사퇴한 공공기관장의 잘못이다. 김진숙 전 사장이 떳떳했다면 사장 자리를 유지한 뒤 당당히 감사받고 소명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숙 전 사장 대신 참석한 김일환 부사장(사장권한대행)은 “일단 음식값은 운영업체 소관”이라고 답했다. 다만 “음식값을 구성하는 원가요소가 있다. 운영 업체 부담분, 도로공사 지원분을 찾아서 적정선으로 조율하는 방법이 있다. 현실적으로 임대료 인하를 지원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가능성은 열어뒀다.
산하기관 기강 해이 어쩌나… ‘김장갑질’부터 무면허 운전까지
도로공사 내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올해 도로공사 징계처분 인원은 총 28명으로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지난 2년간 처분 요구서를 살펴보면 △고속도로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한 금품 편취 행위 △무면허 운전 적발 △기간제 근로자로 직원 친형 채용 등 공직기강 해이가 전반에 퍼져있었다.
정 의원은 “실제로 용역 등의 사업을 수행하는 관리업체 관계자로부터 20만원 상당의 은행 기프트카드를 7회에 걸쳐 수수하는 등 총 400만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득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가 발생하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한다”고 촉구했다.
도로공사 자회사에서도 내부 폐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도로공사서비스(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5월 설립 이후 통행료 착복 및 부당처리, 금품수수, 복지카드 부정 사용, 전자카드 부당 유용은 총 11건이며 그 금액은 749만원에 달했다.
근무 중 김치를 담그라고 지시해 직장 내 괴롭힘이 신고됐지만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근무 중 김치담그기 이외에도 △피해자가 주차하지 못하도록 가로로 주차 △회식 장소 알려주지 않고 다른 직원 태워 오라는 지시 △휴무일에 염색해달라고 요구 등 20가지의 갑질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피해자가 노동청에 직접 신고해 해당 사건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됐고 분리조치 및 경고 처리됐다.
유 의원은 “조직 내 갈등, 직장 내 괴롭힘 등 기강해이가 심각한 반면 구체적 기준 없는 허술한 조사와 처분으로 인해 근로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할 뿐 아니라 그 갈등만 더 심해지고 있다”며 “2022년 국토부의 주요 업무 목표 중 하나가 ‘공공기관 혁신‘인 만큼 국토부 장관은 직원들의 각종 비위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종합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