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사모펀드에 잇따라 인수되면서 프랜차이즈 산업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모펀드가 수익 극대화를 추구함에 따라 소상공인이 중심인 가맹점과의 상생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맥주 프랜차이즈 브랜드 역전할머니맥주는 매물로 나온지 1년 만인 올해 5월 국내 중견 사모펀드 운용사인 케이톤파트너스에 매각됐다.
역전할머니맥주를 운영하는 역전에프앤씨 지분 100%를 약 1500억 원에 넘기는 주주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지 일주일 만이다. ‘얼음맥주’를 콘셉트로 내세운 역전할머니맥주는 2016년 설립돼 저렴한 가격으로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2016년 5개에 불과했던 가맹점은 올해 4월 기준 800개까지 크게 증가했다.
버거 프랜차이즈 매물도 쏟아지고 있다. 맘스터치는 2019년 사모펀드 케이앤엘파트너스에 지분 약 56.8%(1937억 원)에 매각된 이후 체질 개선에 집중해 왔다. 지난 3월에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자진 상장폐지 신청서를 제출한 후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됐다.
KG그룹도 약 5년 만에 KFC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KG그룹은 KFC 매각과 관련해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캑터스PE)와 손잡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2016년 VIG파트너스로부터 2100억 원에 인수한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버거킹의 한국·일본 사업권을 매각하기 위해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피 프랜차이즈인 투썸플레이스는 지난해 홍콩 사모펀드 앵커에퀴티파트너스에 팔린 뒤 올초 미국의 칼라일그룹에 재매각됐다. 메가엠지씨커피도 사모펀드인 프리미어파트너스가 코스닥 상장사 보라티알과 손잡고 지난해 6월 1400억 원에 경영권을 인수했다.
또다른 사모펀드 티알인베스트먼트는 미스터피자 운영사인 MP그룹을 350억 원에 인수했다.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에파트너스도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2000여억 원 대에 치킨 프랜차이즈 bhc에 매각했다.
천문학적인 인수 자금이 소요되는 대형 인수합병 가운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측면에서 사모펀드 간의 연합이나 대기업과 사모펀드가 공동으로 인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큐캐피탈파트너스와 코스톤아시아 연합은 노랑통닭을 700억 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8월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는 GS리테일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의 지분 100%를 약 800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헬스케어와 퀵 커머스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던 GS리테일은 사모펀드와의 연합을 통해 빅딜을 이뤄냈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시장에서 재무 주치의 역할을 하며 경영관리 체계와 재무구조 정비, 기업가치 제고 등을 통해 부실기업의 경영 합리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사모펀드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밸류업 전략을 펴면서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M&A 시장에서 약진해왔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사모펀드 인수 이후의 기업 경영 방식을 살펴보면, 수익 극대화를 통한 매각에 치중한 나머지 가맹점주와의 상생이나 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한 투자는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대부분은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데다 가맹점 출점을 통해 단기간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빠른 기간 내에 투자금 회수가 용이해 사모펀드의 외식 기업 인수 사례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러한 사모펀드의 방식으로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을 인수한 사례가 또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 BBQ는 2013년 자회사인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틴(당시 CVCI)에 매각했다. bhc는 특수목적법인(SPC)인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캐나다 연기금펀드 , 박현종 bhc 회장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
당시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는 bhc 지분을 6392억 원에 인수했다. 이듬해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는 프랜차이즈서비스아시아리미티드(FSA)를 합병했다. 배당금 수령은 bhc 인수와 동시에 진행됐다. 2018년 FSA로부터 64억 원을 배당으로 받아갔다.
2019년 당기순이익 406억 원을 올렸을 때에는 이듬해 극소수 주주들에 406억 여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2020년에는 752억 원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750억 원을 현금 배당했다. 수익의 대부분이 가맹점주가 아닌 일부 대주주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가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역할을 하지만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헐 값에 기업을 인수한 후 자본 감축이나 주주 배당을 통해 현금 자산을 축적하고, 기업 내 우량 자산을 처분해 매각 차익을 챙겨 투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한 후 엑시트하는 것이 공식처럼 돼 버렸다”며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외식 프랜차이즈 M&A를 막아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