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돌입한 쿠팡이츠 노동자들 “배달료 인상·안전 보장”

파업 돌입한 쿠팡이츠 노동자들 “배달료 인상·안전 보장”

배달료 삭감·기준 없는 거리할증에 불만
협상 진전 없을 시 파업 2차전 돌입…노사 대립 ‘팽팽’

기사승인 2022-10-18 18:40:59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쿠팡이츠 본사 앞에서 파업행진 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한나 기자
“오래 전부터 쿠팡이츠를 상대로 자발적인 파업을 해 왔다. 낮은 배달료와 산정 기준도 공개하지 않으며 보험도 제대로 챙기지 않고 자신들의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는 행태를 라이더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여기 모인 노동조합 조합원 뿐만 아니라 전국 라이더들이 많은 불만과 분노를 표하고 있다.”

18일 오후 쿠팡이츠 배달 노동자들이 본사 앞에 모여 들었다. 이들은 기본 배달료 인상 및 노동자 안전 보장 등을 요구하며 이날 밤 12시까지 파업에 들어갔다.

라이더유니온과 민주노총 배달플랫폼노조 조합원으로 구성된 쿠팡이츠 공동교섭단은 이날 선릉 로켓연구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측과 교섭한 지 1년이 넘도록 쟁점 사항에 대해 하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며 “공동교섭단과 성실하게 교섭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공동교섭단에 따르면 쿠팡이츠 노사는 지금까지 사측과 24차례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어떠한 진전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신청을 접수했고 같은 달 30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을 시도했지만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서 조정은 중단됐다.

노사 주요 쟁점은 △기본 배달료 및 거리할증(기본배달료 4000원·거리별 할증 기준 마련) △복리후생(명절 상여금 각 15만원) 및 보험료 지원 △상설협의기구 설치 △정보 제공 △타임 오프(노조 전임자 유급 인정) 등이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은 “소비자들이 쿠팡이츠로 주문하면 ‘배달이 왜 이렇게 늦냐’는 불만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유는 쿠팡이츠가 주는 배달료가 너무 낮아서 라이더들이 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쿠팡이츠는 그동안 기본 배달료 삭감, 단건배달 등을 시도해 왔지만 단기적으로 기업의 수익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만 추진됐다. 배달 시장 노동 환경의 하향 평준화가 계속돼 왔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쿠팡이츠 본사 앞에서 파업행진 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한나 기자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료를 언급하며 “쿠팡이츠는 기본배달료를 20% 삭감하며 거리할증에 대한 기준은 없고 알고리즘이 정했다고 한다”면서 “1년 지난 현재 어떤 결과가 나왔냐. 장거리 할증을 많이 줘서 이익이라고 했지만 교섭과정에 거리할증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배달료 삭감에 대한 명분이 사라진 가운데 기본배달료 인상과 거리할증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종민 배달플랫폼노조 교섭위원은 “사측은 자영업자에게 거리할증 수수료를 약 10% 받고 별도로 배달료도 받는데 이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면서 “고객과 자영업자에게 받는 배달료를 정당하게 지급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은 잇따르는 노동자들의 희생에도 사측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위원장은 “사측은 모든 책임을 개인, 노동자들에 돌리며 기업의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고 있다”면서 “초지일관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노동자를 희생시키면서 성실교섭 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 최근 5년 간 산재승인 최다기업이 된 것이 단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 발언도 이어졌다. 강남구 주민이라고 밝힌 김대성 씨는 “지난해 여름 선릉역 사거리에서 배달 노동자 한분이 사고로 돌아가셨을 때 주변 많은 이웃들이 안타까워했다.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도로 위를 누비는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자 처우가 안 좋아 서비스질이 낮아지면 피해는 지역 소비자가 보게 된다. 쿠팡이츠는 배달노동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덧붙였다. 

반면 쿠팡이츠의 입장은 다르다. 사측은 기본배달료를 2500원에서 더 인상하는 것은 어렵고 거리할증도 알고리즘에 따라 정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금협상도 단체협상 이후에 논의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편 이날 열린 집회에는 배달 노동자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집회 이후 쿠팡 본사가 있는 서울 잠실까지 파업 행진을 벌였다. 노조는 사측과의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오는 27일 2차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쿠팡 본사. 사진=임형택 기자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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