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더티팜(dirty bomb) 가능성을 제기한 것을 두고 미국·프랑스·영국 등 서방국가는 “명백한 거짓”이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이런 주장을 핵무기 배치 등 전쟁 확대의 핑계로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24일(현지시각)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의 더티밤 사용 가능성을 제기하며 “오늘이나 내일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르카이나의 더티팜 관련 도발을 계획하고 있다는 믿을만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티밤은 방사능 물질이 결합된 재래식 무기로 핵폭발의 파괴적 영향은 없지만 광범위한 지역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킬 수 있어 사용이 금지돼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를 거짓말로 치부하고 러시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해 이같은 일을 계획하고 잇는 서방의 근거 없는 주장은 새삼스럽지 않다”며 자세한 정보는 미국·영국·프랑스 등에 제시했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전날 미국, 영국, 프랑스, 튀르키예(옛 터키) 국방장관과 잇따라 통화하고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 도발 가능성을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더티밤 공격 목적이 방사능 오염에 대한 책임을 러시아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라고 봤다. 국방부는 “방사성 오염 상황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병력과 자원을 준비하며 이같은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영국·프랑스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등 서방은 허위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러시아의 이런 주장이 핵무기 사용의 구실이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로이터·AP·데일리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러시아에 핵 사용으로 인한 심각한 결과를 매우 분명하게 말해왔다”며 “러시아가 더티밤을 사용하든 핵폭탄을 사용하든 그에 따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핵무기 자체를 사용할 생각은 없다고 밝혀왔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도 성명을 통해 쇼이구 장관이 등 영국 등 우크라이나 지원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대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쇼이구 장관의 주장을 강력히 거부하고 러시아가 이를 확대의 구실로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에 “미국, 영국 국방장관과 우크라아나가 더티밤을 사용하려고 준비 중이라는 러시아의 거짓 주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며 “나토 동맹은 이같은 주장을 거부한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는 이를 확전의 구실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변함없이 지지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더티밤 의혹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따라 우크라 연구소 두곳에 사찰단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IAEA는 어떤 시설을 살펴보는지 언급하지 않았으나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한달 전 이 지역 중 하나를 점검했으며 모든 조사 결과는 우크라이나의 안전조치 선언과 일치했다”며 “그곳에서 신고되지 않은 핵 활동이나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