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애경산업과 SK케미칼 등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업체들에 총 1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하고 관계자 3명을 각각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지난 24일 전원회의를 열고 애경산업과 SK케미칼에 각각 7500만원과 3500만원의 과징금(잠정)을 부과하기로 하고 각 법인과 전직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9월 말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재조사에 나선지 약 한 달 만이다.
공정위는 애경산업과 SK케미칼 주식회사, SK디스커버리 주식회사 등 3개 사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객관적인 근거 없이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한 제품으로 거짓·과장 광고를 했다고 봤다. 객관적으로 실증된 자료가 없고 인체 위해 가능성이 있음에도 안전한 제품인 것처럼 광고한 거짓·과장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가습기 살균제 관련 인터넷 신문기사 3건을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헌법재판소는 이를 평등권과 재판 절차 진술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SK케미칼과 애경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을 함유한 가습기살균제를 개발해 2002년과 2005년 각각 출시했다.
이후 애경은 ‘인체에 무해한 항균제를 사용한 것이 특징’, ‘인체에 안전한 성분으로 온 가족 건강을 돕는다’ 등의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이는 인터넷신문 기사를 통해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됐다.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는 해당 제품에 대한 사용 자제를 권고했고, 같은해 9월 제품 수거를 시작했다.
실제 이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들의 폐질환 등 인체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2012년 9월 5일 CMIT/MIT 등 가습기살균제 성분을 유독물로 지정하고,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게 정부 보조금을 지급했다.
남동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이 사건 광고를 접한 소비자들은 이 사건 제품을 인체에 안전한 제품으로 인식하거나 오인할 우려가 있다”며 “이로 인해 합리적인 구매 선택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공정한 거래 질서를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시정 명령 및 공표 명령과 함께 광고 삭제 요청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당한 표시․광고에 대한 기업의 책임성이 강화돼 소비자 피해가 예방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이번 고발로 애경과 SK케미칼이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공정위는 2018년에도 가습기살균제 부당 광고 혐의로 두 기업을 고발했으나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