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나흘째인 1일. 전국 곳곳에서 희생자들의 발인식이 하나 둘 진행됐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국대병원에서는 1일 20대 청년 두 명의 발인식이 거행됐다. 동국대병원에는 사고 직후 가장 많은 수인 14명의 희생자가 옮겨졌다. 여성 9명, 남성 5명이다. 시신 검시와 인도가 진행되면서 현재는 2명이 안치돼있다.
친구들 감싸다 숨진 24살 청년…관 놓지 못하고 오열한 유족
이날 오후 4시30분 오스트리아와 한국 이중 국적인 김모(24)씨 발인식이 엄수됐다. 김씨는 지난 9월 한국에 입국해 2개월 동안 연세대 어학당에 다니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7일 공부를 마치고 오스트리아에 돌아갈 예정이었다. 불과 일주일을 앞두고 참사를 당했다.
조문객들의 설명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9일, 어학당 친구들과 함께 홍대를 거쳐 이태원을 방문했다. 출국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다같이 즐기려 나간 자리였다. 수많은 인파 앞에서 김씨는 친구들을 두 팔 벌려 껴안고 보호하려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일행 가운데 목숨을 잃은 것은 김씨가 유일하고 나머지 한 친구는 목발을 짚고 장례식장에 왔다는 게 지인들의 설명이다.
고인의 어학당 친구 십 여명은 입관실 앞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흐느꼈다. 오스트리아에서 비보를 듣고 전날 입국한 김씨 부모는 몸을 가누지 못해 다른 이가 양팔을 부축해야 했다. 부모는 운구차에 실린 관 위에 엎드려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조문객들 “참사, 정부가 막았어야”…아직 가족 기다리는 사망자도
비통함 가운데서도 조문객들은 사고를 막지 못한 정부 책임이 크다고 목소리 높였다. 김씨 부모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함께 한인 교회를 다녔던 지인들은 믿을 수 없는 소식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지인 A씨는 “한국 오스트리아 국적 1명이 숨졌다는 소식을 보긴 했는데 ○○일 줄 누가 알았냐고…”라며 침통해했다.A씨는 “어린 애를, 생으로 저렇게…한창 예쁠 나이 아니냐”면서 “이거는 윤석열 정부 책임이다. 지금은 애도기간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애도 기간이 지나면 정부에 꼭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 B씨 역시 “자식이 아파서 죽은 것도 억울한데 이런 사고가 말이 되냐”면서 “왜 미리 방지를 못 하냐”고 눈물 흘렸다.
앞서 오후 1시30분에는 이모(22·여)씨 발인식이 있었다. 조문객들은 장례식장 빈소 안내판 속 고인의 앳된 얼굴을 보며 눈물 지었다. 유가족의 오열 속에 고인을 실은 운구차는 장지로 떠났다. 고양 덕양구 화정동 명지병원에선 배우 이지한씨 발인식이 거행됐다. 이씨는 지난 2017년 방영된 Mnet ‘프로듀스101 시즌2’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고 이후 연기자로 활동했다.
아직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사망자도 있다. 동국대병원에 안치된 23살 호주 여성의 경우, 가족이 급히 한국으로 오는 중이다. 이 여성은 24번째 생일을 앞두고 한국에 있는 친구와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숨졌다. 병원 관계자는 이날 저녁 늦게나 다음날 오전 중 가족이 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책임 회피 발언으로 질타…이상민 행안부 장관 마침내 사과
이태원 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오전 11시 기준 15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남성 55명, 여성 101명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중상자였던 20세 여성이 치료 도중 상태가 악화해 이날 오전 8시49분 숨졌다고 밝혔다. 연령별로는 10대 12명, 20대 104명, 30대 31명, 40대 8명, 50대 1명이다.
부상자는 151명이다. 중상 29명, 경상 122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 중 111명은 귀가했고 40명이 입원 중이다.
전날 이태원 참사에 대해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는 발언으로 질타 받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사 나흘째가 돼서야 사과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 자리에서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물의 빚은 발언에 대해서는 “최근 제가 브리핑 과정에서 드린 말씀으로 적지 않은 분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경찰의 사고원인 조사 결과가 발표 되기 전까지는 섣부른 추측이나 예단은 삼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드린 말씀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슬픔에 빠져 있는 국민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거듭 고개 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