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3분기에도 실적 호조를 이어갔다. 3高(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한 소비심리 둔화에도 명품과 패션 수요에 힘입어 외형과 수익성 모두 잡았다.
리오프닝으로 인한 보복소비 효과로 럭셔리 패션·뷰티를 중심으로 소비가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기조는 하반기까지 지속될 전망이지만 이태원 참사와 금리 인상 등 여파로 단기적으로 소비심리 위축도 점쳐지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입이익이 418.6% 증가한 1501억원을 기록했다고 4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소폭(0.2%) 증가한 4조133억원을 달성했다. 백화점 부문은 3분기 매출 7689억원으로 17.3% 신장했고, 영업이익은 1089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했다.
백화점과 컬쳐웍스가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마트·슈퍼·이커머스도 점포 리뉴얼, 판관비 축소 등으로 실적 개선을 이뤘다. 코로나로 위축됐던 해외 사업장의 영업 환경이 정상화되며 이익 창출이 본격화된 점도 고무적이다. 또 2020년부터 오프라인 구조조정, 희망퇴직 등을 실시하며 체질 개선에 주력해 온 것도 호실적의 배경으로 꼽힌다. 그 결과 백화점은 3분기에도 국내 패션을 중심으로 기존점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음주 실적 발표를 앞둔 주요 백화점들도 호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는 3분기 연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한 1조926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영업이익은 69.5% 증가한 1736억원으로 전망했다.
신세계는 지난 6월 전년 동기 대비 연결 기준 매출액은 34.2%, 영업이익은 59.7%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오프라인 매출 성장과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디지털 전략, 연결 자회사의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외형 성장과 내실을 모두 챙겼다는 분석이다. 구매 사이클을 고려했을 때 하반기 역시 의류 매출 호조에 따라 백화점 영업이익률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3분기 매출 1조1594억원, 영업이익 85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4%, 79.5% 신장한 수치다. 지난 6월 전년 동기 대비 연결 기준 매출액은 33.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0.5% 늘었다. 신규 출점 효과가 컸던 지난해 높은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고급품 시장 강세가 실적 호조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규진 SK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해외여행 수요의 국내 명품 소비 이전 등으로 백화점 명품 매출이 증가했고, VIP 고객 수 역시 늘었다”면서 “명품 매출 성장세와 마진율이 유리한 비명품 매출을 확대하려는 노력에 힘입어 백화점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화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VIP 고객들은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비탄력적이다. 이들의 수요를 겨냥한 백화점의 고급화·대형화 전략이 오프라인 소비 쏠림 현상을 가져온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환율이 겹쳐지며 해외직구와 면세점 대비 백화점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는 반사 이익도 더해졌다. 3고 현상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백화점은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셈이다.
실제 백화점은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 견인에 일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백화점은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 증가율에서 독보적인 신장세를 보였다. 7월 31.6%, 8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24.8%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해 올해는 매월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다만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인해 소비심리가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백화점 업계는 연말 특수를 노린 대규모 할인행사 등을 준비했지만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며 각종 마케팅을 축소하거나 취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행사가 중단돼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것보단 이태원 참사에 따른 애도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외 여건이 향후 소비 심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