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처음 얼굴을 맞댔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대화 채널이 모두 단절된 상태에서 이뤄진 정상 간 회담이다. 양국 정상은 관계개선에 공감하면서도 핵심 문제인 대만과 관련한 의견 대립은 피하지 못했다.
14일(현지시각) 로이터·AP·CNN·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36분께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마주 앉아 3시간여간 회담했다. 두 정상의 대면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정상은 양국의 대화와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 회담 전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이 차이를 관리하고 경쟁이 충돌 상황이 되지 않도록 긴급한 글로벌 문제에 대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고, 시 주석은 “중미 사이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솔직하고 심도있는 의견을 나누길 원한다”고 했다.
이날 두 정상은 세계정세의 위협으로 떠오른 핵전쟁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고 우크라이나-러시아의 전쟁 상황에 대해 한 목소리로 우려했다. 백악관은 회담 후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사용 위협을 언급하며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핵전쟁을 절대 해선 안 되며 (이런 방법으론)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의견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양국 간 핵심 문제를 두고는 이견이 표출됐다. 특히 대만 문제를 두고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가진 ‘하나의 중국’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의 강압적이고 점점 더 공격적인 행동에는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신장, 티베트, 홍콩 지역에 대한 인권 문제도 제기했다.
이에 시 주석은 “대만은 중국 이익의 핵심”이라며 “양국 관계의 정치적 토대이자 양국 관계에서 넘어선 안 되는 첫번째 레드라인(한계선)”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의 내정 문제”라고도 선을 그었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촉구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동맹들에 대한 방어 의지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은 이웃국가인 북한을 설득할 의무가 있다”며 도발이 계속될 경우 “더 방어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닌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겠다고 강조했다.
양국 간 핵심 문제를 두곤 이견을 재확인했지만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화의 물꼬는 텄다. 회담 이후 후속 논의를 위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고위급 소통 채널이 단절된 바 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