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상황이 이어지자 이커머스 업계가 저가 치킨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형마트의 반값 치킨 열풍에 가세해 자체브랜드 ‘가성비 치킨’으로 반격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사그러들었던 치킨 전쟁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자체브랜드(PB) 상품 ‘두 마리 99치킨’을 출시했다. 레트로 감성을 담은 옛날 치킨 2마리를 9900원 가격에 판매한다. 직접 대형마트를 찾지 않고도 집에서 주문하면 다음 날 샛별배송으로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다.
55호(500~550g) 크기의 국내산 닭 2마리를 오븐에 구운 뒤 기름에 다시 한 번 튀기는 조리법을 활용했다. 컬리가 닭 염지부터 숙성, 조리, 포장, 물류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한다. 매일 오후 6시부터 하루 1000개씩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며 다음날 새벽 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다.
마켓컬리는 이번 치킨 브랜드 출시를 통한 모객 효과를 노리고 있다. 저가 치킨으로 수익을 남기기는 힘든 구조인 만큼 대형마트로 유입된 소비자들을 다시 이커머스로 끌어들여 반사 효과를 거두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저가 치킨’의 인기가 계속되는 건 고물가와도 연관이 깊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 주머니가 얇아진 상황에서 치킨을 비롯한 초저가 제품은 소비자들을 유입시키는 새로운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에 대형마트들도 저가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며 소비자 잡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 6월 말 출시한 홈플러스 ‘당당치킨’은 오픈런을 일으키며 소비자들 사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이마트는 ‘5분 치킨’, 롯데마트는 ‘한통 치킨’ 등을 잇따라 내놨고, 가성비 치킨 열풍은 가속화됐다. 홈플러스 당당치킨은 출시 이후 누적 100만개 이상 판매량을 기록했다. 저가 치킨으로 촉발된 대형마트의 초저가 경쟁은 피자, 초밥, 탕수육 등으로 그 범위도 확대됐다.
이커머스 업계의 등장에 대형마트도 긴장하고 있다. 기존 대형마트 반값 치킨은 직접 대형마트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과 오픈런으로 인한 대기 시간, 한정된 수량 등으로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고물가로 인한 가성비 제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저가 경쟁이 다시 불붙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반면 대형마트의 초저가 경쟁 구도가 이커머스 업계로까지 확대됐다고 보는 건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대형마트 치킨은 소비자들이 직접 방문해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이커머스 업체의 치킨 판매가 대형마트까지 큰 영향을 끼칠 것 같진 않다”면서 “냉동 제품과 구입 즉시 바로 섭취가 가능한 델리 제품은 조리 방식에도 차이가 있어 동일 제품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정한 품목에 한정하지 않고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는 것에 대해 업계에선 계속 대비를 해오고 있다”면서 “리뉴얼이나 식품군 강화 등 오프라인으로 소비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