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당국의 무리한 ‘제로 코로나19 방역’에 질린 중국인들의 항의 시위가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제2도시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서 발생한 화재로 10명이 숨진 사고로 촉발된 코로나 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중국인들은 봉쇄 탓에 제대로 진화·구조작업이 이뤄지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현지시각) 로이터·AP·CNN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상하이와 베이징, 우한, 청두, 란저우 등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특히 상하이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시진핑은 내려와라. 공산당은 내려와라”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를 원한다” 등 시진핑 주석의 사퇴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가 격렬해지는 모습이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집권한 이후 전국적인 규모로 시위가 발생하고 시진핑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의 봉쇄 지역에서 아파트 화재로 10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쳤다. 중국인들은 봉쇄 탓에 제대로 진화와 구조 작업이 이뤄지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루무치의 관리들은 방역 조치가 주민들의 탈출과 구조 노력을 방해했다는 것을 부인했지만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 지역 다수는 봉쇄 조치로 최장 100일동안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상하이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로이터에 “그저 기본적인 인권을 원할 뿐이다. 검사를 받지 않고는 집을 떠날 수 없다”며 “(시진핑 정권이) 사람들을 너무 몰아붙여 신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가 확산하면서 경찰이 투입되며 시위대와 충돌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일부 시위대는 경찰에 구타를 당했고 강제 연행됐다. CNN에 따르면 경찰 투입으로 해산됐던 시위대는 일요일 오후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국민을 풀어달라”며 경찰에 구금된 시위대를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2020년 1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지 3년이 되어가며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랐던 중국인들의 불만이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상하이뿐만 아니라 베이징에서는 수백명이 한 공원에 모여 항의 뜻을 담은 백지(白紙)를 들고 시위했고, 청두에서도 많은 군중이 모여 백지를 들고 “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 평생(영구집권)의 통치자를 원하지 않는다”며 대통령 임기 제한을 폐기한 시 주석을 언급했다.
중국 전역의 대학 캠퍼스에서도 시위가 일어났다. 1989년 톈안먼(천안문) 광장 민주화 시위를 대학생이 주도했던 역사를 고려하면 중국에서 대학생 집단 시위는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여겨진다. 시 주석의 모교인 베이징 칭화대와 북경대, 동부 장쑤성 난징교통대 등엔 학생들이 모여 코로나 정책에 항의했다. SNS 등에 공유된 영상에는 학생들이 백지를 들고 “표현의 자유”를 외쳤다.
27일 중국 방역당국이 발표한 전날 기준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만950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방역 제한을 완화하고 있는 세계 추세와 달리 중국은 시 주석의 코로나19 제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마싱루이 신장 당 서기는 지역의 보안 유지를 강화하고 “코로나 예방 조치에 대한 불법적 폭력 거부”를 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