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에 불붙는 노란봉투법…與·野·政 ‘살얼음판’

화물연대 파업에 불붙는 노란봉투법…與·野·政 ‘살얼음판’

최요한 “사측과 노측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야”
“정부 협상할 의지 없어…경색 국면” 

기사승인 2022-12-02 07:00:06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이 엿새째에 접어든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 의왕시 의왕ICD제2터미널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거리 행진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정부와 화물연대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치권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야권이 ‘노란봉투법’을 단독 상정하자 국민의힘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2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달 29일 시멘트 분야 운송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유류 분야에 대해서도 ‘업무개시명령’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개시명령을 불응하면 운송사업자는 1차는 자격정지 30일 2차는 자격이 취소된다. 차주는 1차 종사자격 정지 30일, 2차 자격 취소다. 행정형벌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에 반발해 ‘삭발 결의’를 시작했다. 전국 거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삭발하고 파업 중지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동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삭발식에서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은 파업의 책임을 노동자로 돌리려는 술수”라며 “안전 운행을 위해 일몰제 폐지와 안전 운임 차종·품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야권의 갈등은 심각해지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유류비 보조금 제공 검토와 민·형사상 법률검토 등을 언급하면서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건설공사 현장에서 관계자들과 함께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에 따른 피해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둘러보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원 장관은 지난달 30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화물연대가 명령서 송달을 거부하는 등 법 집행을 방해하면서 협상과 대화를 이용만 한다”며 “이런 대화는 안 하는 게 낫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일 “국토부가 화물연대 노동자가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안전운임제를 완전히 폐지하고 유가 보조금도 제외한다고 협박했다”며 “정부가 노동자의 생존권적 요구를 무시하고 제도의 존폐로 협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정부와 화물연대의 갈등이 커지면서 ‘노란봉투법’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란봉투법을 단독 상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한 후 회의실에서 퇴장했다.

노란봉투법은 민주당 소속 김영진 환노위원장과 이수진·윤건영·전용기 민주당 의원,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찬성해 통과됐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내고 법안 단독통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일 논평을 통해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을 저지른 노조와 조합원에 대해 기업이 손해배상 청구나 가압류를 못하게 제한하는 법”이라며 “이 법은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불법파업을 조장해 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법이다. 재산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화물연대 운송거부가 노란봉투법으로 이어져 정부와 여야의 정국을 얼어붙게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화물연대와 협상에 제1차관을 출석시킨 점이 협상의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노란봉투법이 등장했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노동 의제가 사회 동력의 핵심 의제가 된 것”이라며 “한국 사회의 경제산업구조가 과거 70~80년대 생산과 자본 관계의 시기를 거쳐 다차원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사측은 노조가 기업과 사회를 망하게 한다는 관점을 버리고 노측은 기업이 노동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극적인 변화를 위해서 기득권을 가진 측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일을 풀기 어렵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토부 장관이 나오지 않고 제 1차관이 나온 것은 (화물연대와) 협상의 의지가 없어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정부와 여야가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며 “이번 화물연대 파업이 ‘노란봉투법’까지 연결되면서 정치적 문제로 확장돼 경색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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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hb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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