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95세 일기로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선종했다.
1일(현지시각) 로이터·AP·NBC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주례한 신년 미사 강론에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천국행을 기도했다.
교황은 “우리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하나가 돼 복음과 교회의 충신한 종(베네딕토 16세)을 선물해 준 하느님께 감사하자”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전날 바티칸시국 내 한 수도원에서 선종했다. 1927년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베네딕토 16세는 가톨릭 신앙의 정통성을 수호한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교황으로 선출된 베네딕토 16세는 2013년 건강 악화를 이유로 자진 사임했다. 교황의 자진사임은 1415년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598년 만이었다.
교황청은 베네딕토 16세의 시신을 2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해 사흘간 공개한다. 교황청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는 머리에 모관을 쓰고 교황 제의를 입은 모습으로 관대 위에 누웠다. 손에는 묵주가 들렸고 시신 뒤편에는 예배당 제단과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었다.
베네딕토 16세의 선종 당일 교황청은 그가 지난 2006년 작성한 유언을 공개했다. 유언에서 베네딕토 16세는 “믿음 안에 굳건히 서라. 자신을 혼란에 빠뜨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한 “어떤 식으로든 내가 잘못한 모든 사람에게 온 마음을 다해 용서를 구한다”며 “내게 생명을 주시고 혼란의 여러 순간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나를 인도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장례 미사는 5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열린다. 베네딕토 16세의 생전 뜻에 따라 최대한 간소하게 진행된다. 이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로 운구돼 안장된다.
세계 각국에서는 애도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는 “독일인 교황으로서 베네딕토 16세는 독일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을 위한 특별한 교회 지도자였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 및 다른 많은 사람과 함께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선종을 함께 애도한다”며 “그의 관대함과 환영은 물론 의미있는 대화를 항상 기억하겠다. 베네딕토 전 교황은 자신의 원칙과 믿음에 따라 교회에 일평생 헌신한 저명한 신학자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바티칸과 불편한 관계가 된 러시아에서도 애도 메시지가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통적 기독교 가치의 수호자”라며 “그에 대한 찬란한 기억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내 공식 분향소는 2일(한국시각) 서울 주한교황대사관에 마련될 예정이다. 명동대성당은 전날 베네딕토 16세를 기리는 분향소를 지하 성지에 마련했으며 전국 주요 성당에 분향소 설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는 전날 명동대성당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우리 시대의 평화의 사도이시고, 영적인 스승이자 지도자셨던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님”이라며 “사랑의 빛으로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님의 은총 속에서, 주님의 위로와 자비 안에서 평화와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