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과 생존자 등이 참석한 이태원 참사 3차 공청회는 이전 공청회와 다르게 흐느끼는 소리와 침묵만이 감돌았다. 정부의 미흡한 대처와 가족 잃은 슬픔으로 유가족들은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국회에서 12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지역 상인이 참여하는 3차 청문회가 열렸다. 이번 청문회는 공청회 방식으로 진행됐다. 3차 청문회에는 유가족 8명과 생존자 2명, 지역상인 2명이 참석했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이태원 참사 이후 76일 간 벌어진 일을 설명하면서 절규했다. 자녀를 잃은 어머니와 약혼자를 잃은 남성, 오빠를 잃은 동생, 입학을 앞두고 떠난 딸 등 유가족들은 당시 정부의 대처와 현장에서 벌어진 모르쇠, 진술서 작성 강요에 대해 울분을 터뜨렸다.
이뿐만 아니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인파·경찰 배치’ 발언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치료’ 발언 등이 기름을 부었다. 강성 보수 지지자들이 ‘시체 팔이’라는 막말을 쓴 것에 대해서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유가족과 생존자가 이 장관과 대면 질의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국민의힘이 이를 강하게 거부했다.
이태원 참사 당일과 사후 처리에 정부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고 호소했다. 유가족 A씨는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안되면 지연이라’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너무 힘들었다”며 “약혼자 옆을 두 시간 지키다 경찰에 끌려나갔고 대응책을 묻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유가족 B씨는 정부와 일부 의원들의 태도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B씨는 정부와 여당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제가 놀았느냐고 말한 이상민 장관도 죄를 피하지 못한다”며 “야당과 같은 편이라고 말한 조수진 의원은 유족의 적이냐. 전주혜 의원은 청문회 발언 순서가 됐는데 어디로 사라졌냐”면서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B씨는 “혹시나 이러면 살아 돌아오지 않을까 절망 속에서 헛된 희망을 꿈꾸고 있다”며 “진실만큼은 제대로 밝혀야 좋은 곳으로 아이들이 가지 않겠냐”고 말한 후 책상에 엎드려 눈물을 쏟아냈다.
공청회장은 증언이 나올 때마다 정적에 휩싸였다. 일부 의원들은 이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조차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상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유가족을 위해 정회를 선포했다.
이태원 인근 지역 상인들은 추모공간을 만들어달라며 유족들에게 사과의 절을 했다. 이들 역시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상인 C씨는 “트라우마가 너무 쌓여 숨이 막힌다”며 “40년 동안 이태원을 지켜온 한 사람으로서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C씨는 “현장 잘 보살피고 추모공원과 문학관 등을 만들어 달라”며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다. 유족들 너무 슬프게 하지 말고 무엇이 옳은지 진실을 들어 헛된 죽음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유가족과 생존자, 상인들의 증언 이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여야 국정조사 위원 모두 유가족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진상규명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조사에서 살핀 진상조사는 결국 책임규명이다. 국가가 예측에 실패했다”며 “다중인파 관리시스템도 없었고 신고 전화를 받는 공무원들이 안일하게 대응한 점도 뼈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신원확인과 이동 경로를 몰라 얼마나 답답하셨냐. 그런 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모든 관계자가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며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정확하게 원인을 규명해 뼈아프게 받아들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전 의원은 이 과정에서 울먹거리며 목소리가 떨렸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유족들과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가장 처음 해야 했는데 어쩌면 가장 나중에 하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죄책감이 든다”며 “진상규명과 제도개선의 토대가 될 유족들과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놓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아울러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유족들 목소리를 먼저 듣고 국정조사를 해야 했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서 참 안타깝고 죄송스럽다”고 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