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가 내려가고 있다. 이를 통해 대출차주들의 이자부담이 경감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출금리 인하 추이는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 서민들의 대출창구인 ‘중금리대출’ 보급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정점을 찍던 대출금리는 지난해 말 하락세로 전환됐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예금은행의 전체 대출 평균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5.56%로 한 달 사이 0.08%p 내려갔다. 대출금리 하락은 3월(-0.01%p) 이후 9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낮아진 반면, 신용대출 금리는 높아졌다. 주담대(4.63%)가 전월대비 0.11% 내려갔으며, 신용대출 금리(7.97%)가 0.12%p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도 가계대출 금리는 내려가는 추세다. 전체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각 금융사별로 일제히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어서다. 가장 먼저 우리은행은 이달 들어 두차례 주담대 변동금리를 내리면서 상단 8%가 넘었던 금리는 3주만에 6%대로 낮아졌다.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도 설 연휴 전후로 이 대열에 동참했으며, 지난 26일 KB국민은행은 KB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0.75%p 낮추면서 4.87~6.27%로 결정했다.
인터넷은행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는 전·월세보증금 대출 상품의 금리를 최대 0.67%p 인하해 적용금리가 연 4.89~5.92%에서 4.42~5.25%로 낮아졌다. 케이뱅크는 올해 초부터 수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17일에는 아담대 고정금리형 혼합금리를 최대 0.34%p,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금리를 신용등급에 따라 최대 0.7%p 내렸다. 앞서 12일에도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사장님 신용대출’의 금리를 최대 0.9%p 인하한 바 있다.
정점을 찍은 대출금리 인상률은 앞으로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내림세가 뚜렷해진 1월 통계가 반영되면 17개월 동안 가파르게 우상향했던 그래프도 조금씩 꺾이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및 인터넷은행들의 대출금리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2금융권에서는 대출금리 인상과 함께 중금리대출 보급이 급감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을 보면 지난해 4분기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사잇돌 대출 제외) 취급액은 총 1조5083억원으로 3분기(3조1516억원)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취급건수도 큰 폭으로 줄어들었는데, 같은기간 19만5548건에서 9만1605건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저축은행 뿐만이 아니다. 카드·캐피털사들이 취급하는 중금리대출도 급감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카드·캐피털사의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875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2조8661억원) 대비 69%(1조9909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1~3분기 모두 2~3조원대를 유지하다가 4분기 들어 급격하게 1조원 밑으로 감소한 셈이다.
이같은 중금리대출 감소 이유에 대해 업권 관계자들은 ‘조달비용 증가’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가 많이 올라 조달금리가 상승된 부분이 있고, 업계가 자산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 규모를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달 금리가 올라간 상황이라 역마진 우려가 존재하다 보니 당국 차원에서의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도 해결책을 내놓았다. 저신용자 대출 절벽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 금리 상단을 연 10.5%에서 11.5%로 1%p 인상했다. 금리 상단이 오르면 저신용자 취급 여력도 확대된다. 지난해 하반기엔 민간 중금리 대출 금리 상단을 업권별로 0.29~0.51%p 올렸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제기한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짧은 기간 실효성이 있을지는 몰라도 조달비용 자체가 계속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