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와 시리아 일대를 강타한 규모 7.8 강진으로 사망자가 3만4000명을 넘어섰다. 강진 피해와 함께 튀르키예 정부의 부실 대응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과 치안 불안이 커지면서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재난구호조정센터에 따르면 6일 발생한 7.8 강진과 7.4 여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3만4179명 발생했다. 튀르키예 사망자 수는 2만9605명, 시리아 사망자 수는 4574명이다. 부상자수도 9만명 이상이다.
지진으로 붕괴한 건물 잔해 등에 대한 수색과 구축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슬픔은 분노로 바뀌는 분위기다. 지진 피해를 입은 시민들과 야권은 지진 초기 튀르키예 정부의 느린 대응과 부적절한 구호 노력을 겨냥해 지적했다. 일부 비평가들은 1999년 지진 이후 핵심 역할을 한 군대를 더 빨리 투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튀르키예 정부가 이번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의 건설업자 131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지만 민심 달래기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불법·부실 건물을 대상으로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면제해준 점도 부실을 부추겼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는 5월14일 조기 대통령 선거, 6월18일 이전엔 총선이 치러질 예정이어서 성난 민심이 선거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1999년 대지진 이후 정부 대응에 대한 심판론 속에 치러진 2002년 조기 총선에서 권력을 잡았다. 지진으로 집권에 성공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강진으로 실각 위기에 빠진 셈이다.
혼란스러운 현지 상황에 시민들의 분노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진 피해 지역에서는 무너진 집과 상점 등은 물론 집을 잃고 자동차나 텐트에 몸을 피한 주민들을 상대로 약탈이 기승을 부리고 총격전 등 폭력행위가 일어나 생존자와 구조대원을 위협하고 있다. 튀르키예 법무장관은 11일에만 57명이 약탈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독일 구조단체와 오스트리아 구조대는 치안이 악화한 지역에서 보안상 위험 문제로 구조를 중단했다가 이날 구조 작전을 재개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