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13일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한 제주 4·3 사건의 김일성 개입 발언 여파가 심상치 않다. 민주당은 15일 오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태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으며 공식적인 사과와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여당을 향한 제주 지역 민심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고, 학계서도 객관적이지 않은 부적절한 발언이라면서 태 의원의 책임론에 힘을 보탰다.
제주를 지역 기반으로 한 위성곤, 송재호,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태 의원 징계안을 제출했다. 이들은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태 의원이 인기 영합을 위해 제주 4·3사건의 가치와 의미를 왜곡했고, 잘못에 대한 지적에도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한규 의원(제주시을)은 징계안 제출 후 쿠키뉴스에 “제주 4·3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북한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공개적인 발언을 한다는 것은 제주도민에 대한 무시”라며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출마한 사람으로서 본인의 당선을 위해서 제주 4·3을 정략적으로 활용한 것이 매우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4·3 사건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분들에게 사과하고 사죄의 의미로 최고위원 후보직을 사퇴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정치권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당선인 신분으로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해 “희생자·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발언과 상당히 배치된다는 해석도 있다. 특히 객관적인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거세다.
제주 4·3 사건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해온 한 제주대 명예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정치인이 전당대회와 같은 공식 석상에서 말을 할 때는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해 발언해야 한다”며 “더욱 제주 4·3 사건 문제가 해결해가는 과정인데 제주를 찾은 정치인이 국민 정서, 제주 정서와도 맞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사를 전공한 예대열 순천대 교수는 같은 날 쿠키뉴스에 “제주 4·3 사건은 남로당 중앙의 지시에 의한 게 아닌 제주도당에서 우발적으로 일으킨 사건이라고 학계서 평가하고 있다”며 “분단 정권이 수립될 무렵 분단은 안 된다는 의미로 제주도민이 이에 호응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 교수는 “앞서 설명한 의미로 제주도민 상당수가 4·3 사건에 관여된 것인데 북한에서 내려온 태 의원이 김일성의 지령이라고 하니 제주도민들과 유가족·희생자들은 분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태영호 의원은 징계안이 제출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욕이나 망언을 한 게 아니고 용서를 빌었는데 뭘 잘못했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며 “4·3 사건은 북한 공산당 산하 거대한 공산주의자들의 조직 남로당이 주도한 게 명백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태 의원은 “우리 정부의 보고서라고 하더라도 모든 국민이 다 받아들이고 있다고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제주 4·3사건에 대한) 정부의 보고서와 역사학자들의 의견은 북한에 있을 때 듣지 못했고, 한국에 와서 알았고 이를 하나로 취합해 내가 내린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