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1년째가 되는 날이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아동과 가정들은 위태로운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21일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지난해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본격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 전역에 발령된 공습경보 사이렌 횟수는 총 1만6207건이다. 지속시간은 평균 약 1시간 동안 지속됐다.
지속적인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아동과 가족들이 최대 8시간까지 지하에 갇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이 돼버린 폭격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아동과 가족들의 정신 건강과 심리 상태에 막중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이브더칠드런이 발표한 ‘무거운 대가(A Heavy Toll)’에 따르면 △지속해 경험하는 폭력 △가족이나 친구와 떨어진 채 이어가는 피난 생활 △교육에 대한 접근성 부족 등은 아동에게 심리적 고통을 준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분쟁을 경험한 사람 5명 중 1명은 어떤 형태로든 정신 장애에 직면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전선을 따라 지속적인 폭격이 이어지면서 해당 지역민들은 집을 버리고 지하 방공호에 머물렀다. 대다수의 방공호는 전기, 물, 난방기구 같은 기본적인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대피에 어려움이 있었다.
더 잦은 공격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드니프로 상황도 좋지 않다. 드니프로 외곽에 위치한 유치원 교사 스비틀라나(가명)와 동료 교사들은 공습경보가 울리면 약 200명의 아동을 대피시킨다. 사이렌 소리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교사들은 대피 상황을 즐거운 놀이 시간으로 만들고 즉시 대피하는 훈련을 한다.
그는 “아이들 옷을 입히고 모두 준비시켜 지하 대피소로 내려가는 데까지 3분 정도 걸린다. 아이들은 이제 지하 대피소에 내려가는 것을 즐겁게 받아들인다. 동굴(대피소)에 또 언제 가는지 물어볼 때도 있다. 공습경보가 아이들의 삶의 일부가 됐다”고 전했다.
수도 키이우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지하 주차장과 지하철 같은 시설로 대피한다. 키이우에 거주하는 아동과 가족들은 미사일이 발사되면 각자 물과 음식을 챙긴 가방을 들고 지하철로 향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올레나(12)는 지하 대피소 생활에 대해 “공습경보가 울리는 동안 스마트폰을 갖고 놀거나 숙제를 한다”며 “지루하지만 안전을 위해서 여기에 있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우크라이나 사무소장 소니아 쿠쉬는 “1년 전 전면적으로 확대된 분쟁은 우크라이나의 수백만 아동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수천 명의 가족들이 급속도로 확산한 폭력 행위를 피해 집을 떠나야 했다”며 “많은 아동은 폭격과 미사일에 의해 집과 학교가 파괴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끝없는 죽는 것을 목격했다. 전쟁이 2년째로 접어들었지만, 우크라이나 아동은 여전히 폭력의 파동을 마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그럼에도 이러한 도전적인 상황을 견뎌내는 아이들의 회복력은 놀랍다. 우리가 조금만 기회를 준다면 아이들은 어려운 경험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인도적 지원 활동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2월 24일 전쟁 후 대응 활동을 전면 확대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