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들어 속도를 내던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의 물밑 통합 논의가 삐걱거리고 있다. 최근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보다는 분리에 힘이 실린 독자행보에 통합 논의는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 후보로 나서면서 ‘완주·전주통합청사 완주군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로 통합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민선8기 전주시장으로 취임한 우 시장은 지난해 11월 완주·전주 상생협력사업 1차 협약을 시작으로 지난달 27일 4차 협약까지 모두 9건의 공동사업을 발굴했다. 두 지역의 공통 현안사업을 발굴하고 물적 자원을 공유하는 등 궁극적으로 통합을 염두에 둔 행보로 읽혀졌다.
그러다 최근 완주군이 시(市) 승격 추진을 공식화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유희태 완주군수는 지난 2일 김관영 전북도지사에게 “인구 증가와 산업단지 확장에 따라 도시행정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며 “완주시 승격을 위한 전북특별자치도 법상 특례 규정 명시가 필요하다”고 지원을 요청했다.
여기에 전주시도 현 시청사 인근에 제2청사 건립 계획을 내놓았다. 현 전주시청사는 1983년 완공돼 노후화하고 협소해 그간 늘어난 행정수요와 조직 크기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제2청사를 새로 지을 경우에는 완주·전주통합청사 완주군 건립 공약은 구호에 구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완주군과 전주시의 잇따른 독자행보에 지역 정치권에서는 모종의 의견교환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일고 있다.
완주군의회도 지난 23일 완주군의 시(市) 승격 추진에 보조를 맞추고 나섰다. 이날 완주군의회에서 열린 제273차 전라북도 시·군의회 의장협의회 월례회의에서 서남용 의장이 ‘시(市) 승격 완화 특례 부여 건의안’을 발의했다.
서 의장은 이 자리에서 “완주군은 군단위에 묶여 조직을 확대할 수 없어 늘어나는 행정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1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라 새로운 전북 시작의 기반이 될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례법’의 제1현안으로 시 승격에 대한 완화를 특례로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 의장의 건의안은 이날 월례회의에서 채택돼 국회와 전북도 등에 전달될 예정이다.
민선8기 출범후 기대를 모은 완주-전주 통합 논의가 ‘분리’ 방향으로 선회하는 추세에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앞서 완주·전주상생발전협의회는 지난 9일 “완주군이 시 승격에 대한 특례를 전북특별자치도법에 담을 것을 전북도에 건의하고, 전주시가 제2청사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전주·완주 통합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전북도와 전주시, 완주군이 완주·전주 통합을 적극 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통합을 이루고 전북특별자치도의 발전을 앞당기는 것은 온전히 전북도와 전주시, 완주군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전주시의회에서도 박선전 의원이 지난 15일 제399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갑작스러운 제2청사 발표는 전주시가 완주군과 통합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전주시 제2청사와 완주군의 시 승격 추진은 사실상 통합이 아닌 분리의 길로 가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전북 발전을 위해 전주와 완주가 통합을 통해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완주군의 시 승격과 전주시 제2청사 건립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