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A씨는 최근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지난 2019년부터 4여 년 동안 아파트에서 근무한 B경비원이 2월말 해고통보를 받은 것.
평소 아파트 어르신들의 짐을 들어주는 것은 물론, 성실하고 따뜻한 인품으로 많은 주민들이 좋아했던 터라 갑작스러운 해고통보는 의구심이 들기에 충분했다.
A씨는 관리사무실(관리소)을 찾아가 B경비원이 해고된 사유를 묻자 “주민들 80%가 싫어한다“고 답했다. 아파트 위탁 관리업체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실질적으로 지위 명령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갑질’. 자신의 아파트에서 경비원을 대상으로 일이난 이상하고 불합리한 인사 조치에 대해 A씨가 내린 결론이었다.
경비원 ‘갑질’을 바로 잡기 위해 A씨는 직접 나서기로 했다. 관리소장을 만나 이야기하고, 입주민 대표들을 찾아가 사정했다. 그러나 그들은 A씨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A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혼자만으로는 힘들다는 판단에 많은 주민들에게 알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공동주택관리법 관련 판례들을 찾아본 후 지난 23일 호소문과 주민 서명 동의서를 엘리베이터에 붙였다.
하지만 호소문은 하루만에 훼손됐고, 다른 게시물을 덧대어졌다. 다행히 주민 동의서에는 26일 기준 390여명의 주민들이 B경비원의 해고에 반대한다는 뜻을 남겨주었다.
최근 아파트 경비원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대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불합리한 해고 위기에 처한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대구 경비원 갑질 도와주세요’라는 글과 여러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가장인 경비아저씨는 3개월 초단기 계약, 소위 실세라는 몇몇 입김에 파리 목숨이 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비슷한 사례가 있거나 조언해 주실 분을 찾는다”고 말했다.
‘대구 아파트 갑질’ 사연이 공유되자 몇 시간 후 이 아파트를 담당한다는 택배기사가 댓글 형태로 글을 남겼다.
택배기사는 “B경비아저씨는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분이었다”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춥거나 덥거나 항상 주민들을 위해 애써주는 모습이 택배기사인 제 눈에도 보이는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해고시키려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몇몇 사람이 부당해고를 주동하고 있는데 그렇게 마음 가지면 못쓴다”고 덧붙였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