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언급은 일체 없었지만 다음 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회동이 예정돼 있어 총선 1년을 앞둔 이들의 만남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오후 대구 동화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가 다음 주 회동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회동 날짜에 대해 유 변호사는 “김기현 대표 보좌진과 당 대표 실장 등과 연락해 날짜가 정해지면 대표실에서 언론에 알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년 전 출소 후 대구에 보금자리를 튼 후 사실상 두문불출한 박 전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급 인사와 공개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구 동화사를 찾아 의현 큰스님 등 동화사 스님들과 함께 통일대불 앞에서 열린 축원 행사에 참석했다.
박 전 대통령이 병원 진료나 개인적인 만남 등으로 서울을 다녀온 적은 있지만 그동안 대구에서 공개적 외출에 나선 적은 없었다.
이날 동화사에는 지지자들과 불자, 취재진 등 300여 명이 모였지만 일체의 정치적 언급은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운동화에 가벼운 흰색 재킷,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특유의 올림머리와 흰색 진주목걸이를 착용했다.
그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아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는 지지자들도 있었지만 비교적 건강해 보였다.
다만 동화사 경내에서 이동할 때는 차량을 이용했으며, 계단에서는 발을 헛디디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지지자 등이 “괜찮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앞을 잘 안 보면 잘 넘어져서”라고 짧게 답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유일한 발언이다.
행사 후 차에 오르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지지자들이 “(대통령) 다시 하이소. 이대로는 억울해서 못삽니데이”라고 외치자 박 전 대통령은 대답 대신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날 정치적 발언은 없었지만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유영하 변호사 등 측근들에 대한 외곽 지원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 변호사는 이날 방문에 대해 “지난번 박 전 대통령 생신 때 큰스님께서 축하 난을 보내시며 건강이 괜찮으시면 방문을 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대통령께서 응하셔서 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변호사는 또 “식사 메뉴가 담백하고 정갈스러워 박 전 대통령께서 평소 양보다 많이 드셨다”며 “건강이 1년 전보다는 많이 좋아지셨지만 아직 오르막이나 내리막, 계단을 걷기에는 불편해 하신다”고 덧붙였다.
비공개 오찬에서 의현 큰스님이 “염불암까지 모시고 싶으나 길이 좀 험하다. 길을 다시 다듬은 후 그때 모시겠다”고 했으며, 박 전 대통령은 “동화사에 다시 한 번 불러 주시면 초청에 응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오찬장에서 “방장 의현 큰스님과 여러 신도님, 국민들, 여러분들 오랜만에 뵙게 돼서 참 반가웠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의현 큰스님 등과의 식사를 끝으로 2시간여 동안의 대구 첫 외출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는 사저가 있는 대구 달성군의 전통시장 등을 방문하는 등 국민들과의 공식적인 대면 접촉을 늘릴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