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평가 결과 월급 37만원입니다”

“능력 평가 결과 월급 37만원입니다”

최저임금 적용 못 받는 시설 장애인 근로
지침엔 ‘최저임금 지급 노력’…급여 하한도 없어
“예외조항 없애는 것만이 답 아냐… 지원 뒷받침돼야”
정부, 제도개선 전담팀 운영 이어 상반기 발전안 발표 계획

기사승인 2023-04-20 06:00:11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강남세움센터에 있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방문해 장애인의 근로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매년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올해도 어김없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회의가 지난 18일 열렸다. 하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못한 채 파행됐다. 향후 논의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매년 최저임금 결정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지만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근로자들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일반 작업 환경에서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직업 훈련 받거나 직업 활동을 하는 시설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792곳(근로사업장 70곳·보호작업장 682곳·직업적응훈련시설 40곳)으로 2만819명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근로자라면 마땅히 최저임금이 보장되지만, 법이 처음 시행된 1988년 이후 35년째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근로자들은 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최저임금법 제7조의 ‘예외조항’ 때문이다. 제7조 1항은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거쳐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와 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 장애인 근로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장애인 노동자는 2019년 8971명, 2020년 9005명, 2021년 9475명이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이 전국 5개 시도 장애인보호작업장의 최저임금 적용 제외 장애인의 월평균 임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19년 38만169원, 2020년 37만1790원, 2021년 37만461원, 2022년 8월 37만9622원이다. 

2021년의 경우 10~30만원 사이 임금을 받는 장애인이 3958명으로 가장 많았다. 10만원 미만을 받는다는 장애인도 330명에 달했다. 매년 9000여 명의 장애인 노동자들이 최저임금(2023년 209시간 근로 기준 월급 201만580원)의 20% 수준에 불과한 급여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최저임금법 제7조 1항)을 폐지하는 법안은 꾸준히 발의됐다. 그러나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거나 후순위로 밀려 헛바퀴를 돌고 있다. 현장에서는 최저임금법 제7조를 폐지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지만 어떻게 제도를 개선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관계자는 1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을 폐지하고 나면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줘야하는데 ‘최저임금을 주는 책임이 온전히 직업재활시설에 있는가’라는 의문이 남게 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주고 싶어도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한 장애인복지시설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적정 수익을 보장하기 어려운 만큼 수익을 보전해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조항 폐지 이후) 직업재활시설의 책임자가 노동자의 임금 보전을 해줘야겠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과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 관계자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복지시설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정부가 시행하는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 등 여러 정책에서 직업재활시설은 소외돼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그러면서 “(직업재활시설이) 기업 역할을 하라고 요구받고 있지만 엄연히 기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사회복지시설이 감수해야 할 규칙은 다 지켜가면서 기업적 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임금 지급 하한선이 없다는 것도 도마에 오른다. 장애인고용공단이 장애인 작업 능력을 평가해 최저임금 제외 여부를 판단하는데, 일단 제외 대상자로 판정되면 직업재활시설이 얼마를 줘도 상관이 없다. 급여 기준이 없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복지부 장애인복지사업 안내 지침에 ‘보호작업장은 최저임금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을 뿐 명확한 기준이나 근거가 없다”고 했다.

정부는 직업재활시설의 어려움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관련 논의를 지속적으로 갖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 담당자는 “직업재활시설 발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까지 복지부, 장애인단체, 직업재활시설협회,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제도 개선 전담팀이 회의를 이어오고 있다”며 “올 상반기 중 정리된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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