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세계 3위이자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대해 첫 직접 제재에 나섰다. 마이크론 제품에서 보안 문제가 발견됐다며 중국 주요 정보시설 운영자들에게 이 회사 제품 구매를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동 행동에 나서겠다고 발표하자 중국 정부가 맞불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AP·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성명에서 “검토 결과 마이크론 제품에는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위험이 있다”며 “이는 중국의 중요 정보 인프라 공급망에 심각한 보안 위험을 초래해 중국의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CAC에 따르면 마이크론 제품은 중국 내 판매 제품에 대한 네트워크 안보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다만 CAC는 조사에서 문제가 된 마이크론 제품과 조사에서 발견된 위험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밝히진 않았다. 앞서 중국은 지난 3월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당시 마이크론은 중국 정부에 협력하고 있으며 중국 내 사업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을 직접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제품을 팔지 못하게 될 경우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마이크론은 중국에서 33억달러(4조3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연간 글로벌 매출 308억원달러(41조원)의 약 11에 달한다. 2007년 중국에 첫 공장을 세운 마이크론은 지난 4월 기준 상하이, 베이징, 선전 등에 약 3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CAC의 통지를 받은 마이크론 측은 “중국당국과 계속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심사 결과는 미국이 중국 반도체를 견제하기 위해 각종 제재를 가하는 과정 중에 나왔다. 특히 G7 정상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을 겨냥한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한 조정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공개됐다. 지난해 미 상무부는 중국에서 가장 큰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YMTC를 수출 통제 명단에 추가했다.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국 메모리 반도체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부는 마이크론이 중국에 반도체를 판매할 수 없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시장 공백을 채우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달 보도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