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올해 들어 사회공헌비 지원을 늘리고 있다. 다만 지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휴면 예금’을 두고 논란이 제기된다. 고객의 돈을 바탕으로 하는 지원이 사회공헌이 맞냐는 근본적 질문이 제기되는 영향이다.
23일 정무위원회 김희곤 의원이 4대 은행(국민‧우리‧신한‧하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이들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 지원액은 총 3236억원이다. △국민 1108억원 △하나 817억원 △신한 772억원 △우리 539억원 순이다. 4월까지 지원액은 지난해 연간 지원액 6136억원의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
분야별 지원 비율을 보면 서민금융에 대한 지원이 지난해 평균 46.2%에서 올해(4월까지) 평균 69.2%로 23.0%P 급증했다. 신한은행이 76%로 가장 높고, 뒤이어 우리(75.4%), 국민(71.2%), 하나(54.1%) 순서다.
다만 서민금융 지원은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는 휴면예금이 대부분이다. 휴면예금은 은행‧보험사 등 금융사가 보유한 예금‧보험금 중 관련 법에 따라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됐으나 찾아가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휴면예금은 서금원으로 출연돼 저소득·저신용자의 자립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일각에서는 휴면예금이 고객의 돈이라는 점에서 은행 사회공헌 실적으로 반영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휴면 예금은 고객이 소멸시효가 지나서라도 반환을 요구하면 돌려줘야 한다. 지난 4월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제5차 실무작업반에서는 휴면예금을 은행 사회공헌 실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실무작업반 회의를 주재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휴면예금, 장애인고용부담금, 영리행위 관련 사항 등 사회공헌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거나 사회공헌 취지와 맞지 않는 항목들을 포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에서는 이러한 지적에 당초 휴면예금은 은행 이익으로 처리되는 만큼 사회공헌 지원으로 보는 것이 올바르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초 마지막 거래로부터 5년이 지난 계좌의 잔액은 청구권 소멸시효에 따라 은행의 잡수익으로 반영됐다”며 “이를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기관에 출연하는 만큼 사회공헌 지원이 맞다”고 밝혔다.
실제 서민금융법을 보면 ‘금융회사 등은 휴면예금 등을 휴면계정에 출연할 수 있다’고 임의규정하고 있다. 임의규정이란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적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규정을 말한다. 은행의 결정에 따라 휴면 예금 출연을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휴면예금의 사회공헌비 분류는 당국의 지시에 따른 조치라는 해명도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감독당국에 사회공헌비 지원액을 보고할 때 휴면예금을 사회공헌비로 보고하게 되어있다”며 “그동안 당국의 보고체계에 맞춰 휴면예금을 사회공헌비로 분류한 것”이라고 말했다.
휴면예금을 두고 다양한 해명이 나오지만 은행권도 앞으로 사회공헌에서 휴면예금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휴면예금에 따라 은행의 사회공헌비 지원 규모가 좌지우지된 만큼 실질적인 은행의 노력이 가려지는 측면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