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국책은행이 최근 5년간 총 4조 2500억원의 돈을 정부에 배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배당금은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지급되며 기업은행이 4555억원으로 가장 높은 재정 기여도를 보였다. 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8300억원을 배당했지만 올해는 1600억원에 그쳤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3대 국책은행(산업, 기업, 수출입)의 정부 배당금은 총 4조 2521억원이다. 2019년 5755억원에 불과하던 배당금은 2021년 6000억원을 넘어서, 지난해 1조 5369억원까지 늘었다. 올해는 다시 감소세를 보이며 9156억원으로 줄었다.
은행별로 보면 기업은행의 올해 배당금이 4555억원으로 3대 국책은행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보였다. 기업은행의 배당금은 2019년 1872억원에서 2021년 2200억원을 넘기고 지난해 3700억원을 거쳐 올해 4555억원까지 늘었다. 5년간 배당금 총액은 1조 3998억원이다.
산업은행 배당금 규모는 2019년 1449억원에서 2021년 2208억원을 거쳐, 지난해 8331억원으로 급등했다. 산업은행의 실적이 2021년 HMM 전환사채의 주식전환 등에 따라 급등한 영향이다. 하지만 일회성 요인이 사라지면서 산업은행의 올해 배당금은 다시 1647억원으로 급감했다. 5년간 배당금 총액은 1조 4755억원이다.
수출입은행 배당금 규모는 3대 국책은행 가운데 가장 적은 규모를 보인다. 2019년 419억원에서 지난해 1315억원까지 늘었던 배당금 규모는 올해 932억원으로 줄었다. 5년간 배당금 총액은 3663억원이다.
국책은행이 배당한 자금은 기재부 소관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기금으로 편입돼 경제활력 제고 등의 예산으로 쓰인다. 국책은행의 순익이 정부 예산으로 활용되는 만큼 기재부는 배당성향을 계속해서 높여나가고 있다. 정부출자기관의 배당성향은 2020년 평균 32.58%에서 올해 39.9%까지 증가했다.
40%에 육박하는 정부배당성향을 두고 평가는 엇갈린다. 정부 재정에 기여하는 만큼 국민의 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무리한 배당으로 출자기관의 성장과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들을 대상으로 향후 경기 악화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 24일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의무 적립 수준을 0%에서 1%로 높인 것. 이는 은행이 이익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활용하기보다 미래 위험에 대비해 쌓아두라는 의미다.
실제 올해 4000억원이 넘는 배당에 나선 기업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일반은행 보다 고위험의 중소기업 대출을 취급한다. 이를 바탕으로 대출 규모를 늘리며 지난해 역대 최대 순익을 달성했지만, 고금리가 계속되고 경기가 악화하면서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기업은행의 경우 증시에 상장된 국책은행으로 외국인 지분율이 14%에 육박한다. 배당이 늘어나는 만큼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돈도 늘어난다는 의미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배당은 재정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지만 정부의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국책은행 내부에서도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며 “정부가 일반 은행의 배당은 억제하면서 국책은행에만 고배당을 주문하는 이중적 행태에 투자자들의 불만도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