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본부인 국기원 건물에 장애인 이동편의시설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와 운영에 책임이 있는 서울시는 아무런 개선 조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2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기원에는 경사로와 리프트 등 장애인 이동을 위한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다. 국기원은 1972년 설립된 세계 태권도의 중앙도장(본부)으로 서울시 소유 건물이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공공시설과 교통수단 등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의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23조1항)고 명시돼 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도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는 장애인이 당해 시설물을 접근·이용하거나 비상시 대피함에 있어서 피난 및 대피시설의 설치 등 정당한 편의의 제공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아니 된다’(18조3항)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이행하지 않을시 지방자치단체장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다만 국기원의 경우 시설 개선을 위한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하는 주체가 서울시이기 때문에, 법을 위반해도 강제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또한 신축, 개축, 증축, 대수선, 용도 변경할 경우 장애인 이동편의시설을 설치 안하면, 지자체는 지난 1998년부터 건물에 대한 건축허가를 내 주지 않고 있다. 국기원의 경우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라 관련법에 적용받지 않고 사실상 방치된 상황이다.
서울시도 이런 장애인 이동편의시설 미설치가 법위반이란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개선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기원 등 오래된 건물에 장애인 이동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것이 위법한 행정이란 것을 알고 있다. 개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제약이 많고, 재정에 한계가 있어서 협조가 잘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개선할 거냐는 질문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이런 해명과 달리 서울시는 7월 통과된 추경에 당초 반영하려 했던 국기원 장애인 이동경사로 및 리프트 설치 예산 1억5000만원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와 관련 장애인 차별 해소에 적극적인 이상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국기원 50주년 행사 때 관련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면서 “장애인 편의시설을 미설치하면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과태료 말고는 달리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의 경우) 지자체장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자신들이 시설을 안 한 것을 오히려 죄송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이용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후한무차’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