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시장의 침체와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 및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이를 담당하고 있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미진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업계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1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는 이사회를 열고 기존 4인 이사체제에서 5인 이사체제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이사진 개편안을 가결했다. 지난 6월19일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중훈 대표는 사임했다. 47일 만에 또 다시 변경된 셈이다.
이에 대해 고팍스 관계자는 “이중훈 대표가 등기 이사에서 제외됐지만 보직에서 사임한 것은 아니”라며 “거래소 업무에 대해 경영자로 계속 활동할 예정으로 기존과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다”고 말했다. 이사직 사임 이유에 대해서 관계자는 “대주주(바이낸스) 의견으로 이중훈 대표가 등기 이사에서 제외됐다”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일 고팍스는 이 대표가 포함된 부분을 반영한 가상자산사업자(VASP) 변경 신고서를 당국에 접수한 바 있다. 갑작스럽게 이 대표가 등기이사에서 제외되면서, 고팍스의 가상자산 사업자 변경신고 수리 여부는 한층 불투명해졌다. 또한 고팍스는 지난 4일 이사회를 통해 등기이사진에 변동이 또 발생한 만큼 사업자 변경신고서를 또 다시 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가상자산 업체 한 곳의 문제를 넘어 국내 가상자산 업계의 상황은 좋지 못하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크립토윈터(가상자산 시장 침체)가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업권 전체가 사실상 ‘침체’ 단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현황정보에 따르면 정부 인가를 받은 VASP 36개사 중 두나무, 빗썸, 헥슬란트 등 몇 개사를 제외하고 30여개 업체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을 보면 지난해 하반기 36개 가상자산사업자의 총영업이익은 13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6300억원 대비 80%나 급감했다. 업계는 올해 상반기에는 전체 실적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와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통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이미 원화거래를 마친 5대 거래소들도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한 상황”이라며 “아직 원화거래를 뚫지 못한 업체들은 신규 투자가 없어 하나둘씩 고사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현재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 22곳 중 12곳이 오랜 적자경영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아예 거래가 없거나 사이트를 닫은 곳도 적지 않다. 후오비코리아, 오케이비트와 같이 M&A 이슈와 서비스 점검 등 외부적 요인으로 거래 서비스를 일시 폐쇄한 곳이 4곳, 거래량이 0원인 곳도 2개다.
현재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원화 거래를 허용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하고 있지만, FIU에서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장검사를 통해 여러 코인마켓거래소에서 자전거래(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해 거래소가 스스로 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것)가 이뤄지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빗코가 원화거래 전환을 위한 금융당국 현장실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업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빗코는 8월 둘째주부터 금융위, 금융감독원의 현장점검을 받게 될 예정인데, 한빗코가 당국의 현장검사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한빗코 변경신고에 대한 결과는 이르면 이달 말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한빗코의 원화 거래가 허용된다면 5대 거래소가 6대 거래소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